"경합주 돌며 시민 인터뷰… 그 때 이미 트럼프 당선 예상"

박지은 기자 2024. 11. 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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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파원들 미 대선 취재 이야기

현지 시간으로 6일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 센터 앞에서 현장 중계를 준비하던 정강현 JTBC 워싱턴 특파원은 하루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경찰, 경호 인력을 맞닥뜨렸다. 현장 곳곳이 통제되기 시작했고, 취재진 검문도 이뤄지며 하루 만에 경호 단계가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승리 선언 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끝났다, 넘어 왔구나.” 정 특파원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물리적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 선거 당일인 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특파원들은 선거 결과를 전하며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정강현 JTBC 특파원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중계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선거 당일인 6일 오전(한국시간 기준)부터 국내 방송사들은 뉴스 특보체제를 가동해 투표소 현장,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고, 신문사들도 다음날 1면을 비롯해 여러 지면에서 선거 결과를 다루는 등 국내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재선 중도 포기 및 첫 흑인 여성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부상 등 선거 과정에서도 여러 굵직한 장면을 남긴 이번 미국 대선, 그 취재 현장의 중심에는 미국 특파원들이 있었다.

민심 취재하러 간 경합주 현장… 트럼프가 되겠는데?

초박빙 승부가 될 거라던 미국 언론의 예측과 달리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에 앞서 현장 민심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경합주로 꼽히는 지역 곳곳을 돌며 시민 인터뷰를 진행한 특파원들은 트럼프의 당선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 선거 당일인 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특파원들은 선거 결과를 전하며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강영구 MBN 특파원은 워싱턴 DC에서 현장 중계를 했다.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사전투표 현장을 취재하던 강영구 MBN 워싱턴 특파원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샤이 트럼프’가 존재할 수 있다고 10월28일 보도했다. 강 특파원은 “백인 남성들은 대놓고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낙태권 등 여러 키워드를 쥐고 있는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으면 여권 신장에 반하는 걸로 보일 수 있어 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실제로 한 여성 유권자에게 물어보니 누구를 지지하는지 말하지 않았고, 두 번 세 번 물어보니 자신은 공화당원이라고 에둘러 말하더라.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샤이 트럼프가 조사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1박2일간 조지아주 사전투표소 4곳을 찾아간 이재연 서울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흑인 남성의 민주당 이탈 현상을 짚어냈다. 이 특파원은 “젊은 흑인 남성 유권자를 잡아 인터뷰를 했는데 해리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며 “소규모 대출 확대,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 흑인 남성을 공략한 해리스의 공약을 딱 집어 ‘우리를 선 안에 가두지 말라’고 했다. 여성 유권자와의 온도차를 확연히 느낀 계기”라고 말했다.

선거 당일 밤샘 중계… 트럼프 경호원에 멱살 잡히기도

한국과의 시차로 인한 쪽잠 생활은 미국 특파원들에겐 당연히 안고가야 하는 일상이 됐지만, 선거를 앞둔 몇 주간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특파원들은 입을 모았다. 선거 당일엔 그야말로 밤을 꼴딱 샜다. 이날 아침뉴스부터 저녁 메인뉴스까지 현장 중계에 나선 방송사 특파원들은 많으면 9번까지 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 선거 당일인 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특파원들은 선거 결과를 전하며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홍상희 YTN 특파원 워싱턴 하워드대학 앞에서 현장 중계를 했다.

9월 부임하자마자 미국 대선 취재에 들어간 홍상희 YTN 워싱턴 지국장은 “대선에 갇혀 있던 생활”이었다고 말했다. 홍 지국장은 “취재 외엔 워싱턴DC 시내를 걸어 다니거나 둘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개인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선거 당일엔 밥을 한 끼도 못 먹을 정도였다. 낮엔 투표소를 갔는데 촬영 섭외 허가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저녁엔 하워드 대학 앞을 갔는데 교통 통제로 진입이 어려워 여성 촬영 감독과 둘이서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대학 입구에 내려 그 안까지 뛰어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선거 과정을 취재하며 겪은 고생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정강현 특파원은 해리스 후보와의 첫 TV 토론을 마치고 돌아가는 트럼프 후보를 취재하려다 무장한 경호원에게 멱살을 잡히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스핀룸(행사를 마친 후 정치인이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는 장소)에서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었다. 인터뷰 끝나고 봐야지 했는데 트럼프였다. 순간적으로 ‘무조건 따라붙어야한다, 언제 트럼프를 보겠나’ 싶어 질문 2개만 던지려고 트럼프에게 소리치면서 따라갔다. 암살 시도 사건 이후라 결국 총으로 무장한 시큐리티에게 멱살이 잡히며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당선인으로 본격 활동… 특파원들 “이제 시작”

대선은 끝났지만, 특파원들은 여전히 바쁘다. 인수위원회 구성, 특히 외교 안보나 경제 관련해 어떤 사람들이 임명될지에 따라 한국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대놓고 표현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두고 느끼는 긴장감도 남다르다. 이재연 특파원은 “특파원 사이에선 트럼프 2기가 다시 온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트럼프는 공식 루트가 아닌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국정 방향을 알리는 식의 캐릭터이지 않았나. 백악관 안에서도 이것이 팩트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매일 핸드폰을 품고 자야 하냐’는 특파원들의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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