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79) 잘려진 나무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2024. 11. 12. 19: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나무를 좋아합니다.

답답한 날, 생각이 많은 날, 술에 취한 날 제법 많이 위안이 되었던 어른 나무가 단지 내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가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싹둑 잘려져 있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나무를 좋아합니다. 특히 바람에 속삭이는 나뭇잎 소리를 좋아합니다. 푸른 날 경쾌하게 떠드는 소리도 좋고, 늦은 새벽 조용히 수군대는 소리도 좋습니다.

답답한 날, 생각이 많은 날, 술에 취한 날 제법 많이 위안이 되었던 어른 나무가 단지 내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가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싹둑 잘려져 있었습니다. 바쁜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은 ‘조경 공지’에 관한 안내 글을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습니다.

나무를 자른 첫 번째 명분은 나무가 너무 커서 이웃집 마당을 침범해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 두 번째는 지하 주차장을 짓고 그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은 것인데 나무가 워낙 크고 오래되다 보니 지하화된 주차장이 부식된다는 것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모든 나무를 사정없이 다 베어 버리다니….” 결국 입주민들의 편의와 이웃 주민을 위해 희생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내일이면 관리실에 전화해 따지려는데 일에 치여 또 까먹습니다. 늦은 밤 수군대는 나뭇잎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아 참 속상합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