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 묶인 공공시장, 손 묶인 K클라우드

팽동현 2024. 11. 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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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미 국방부도 민간 클라우드와 AI를 빠르게 채택해 혁신을 꾀하는데 한국 정부만 요지부동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미 민간시장을 장악했고 공공 진출도 앞두고 있다. 클라우드는 결국 글로벌 공략에 성공해야 살아남는데, 공공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그마저 세입자처럼 정부 센터에 들어오라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은 뭘 레퍼런스 삼아 해외로 나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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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정책 준비 없이 전환 발표
전환 늦어지고 아직도 시장 닫혀
국내 기업들 "존립 위기" 호소
사진=연합뉴스

"보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미 국방부도 민간 클라우드와 AI를 빠르게 채택해 혁신을 꾀하는데 한국 정부만 요지부동이다."

"희망고문하는 공공 시장에 기대를 걸다가 지난 2년을 허송세월했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존립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들이 연일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투자할 미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규모 있는 클라우드 수요처는 공공과 금융시장인데, 두 시장 모두 성장이 더디다. 특히 막혀있던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게 2021년인데 3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빅테크에 돈, 인력 등 모든 게 밀리는데 정부마저 외면한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7월, 1만개 넘는 모든 행정·공공기관 IT시스템을 2025년까지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총 8600여억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2022년 1786억의 관련 예산을 배정했을 뿐 이후 예산이 급감했다. 보안정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내놓은 탓이다. 작년에는 관련 예산이 342억으로 급감했다. 올해 예산은 740억원, 내년도 비슷한 수준이다. 4년간 예산 총액은 3600억가량으로, 당초 계획의 절반도 안 된다.

망분리를 비롯한 정부 보안정책을 그대로 두고 클라우드 전환을 선언했던 정부는 작년부터 부랴부랴 보안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나서서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다 올해는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망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관련 사업들이 또 멈췄다.

행안부는 올해 8월 정부 IT시스템의 90%를 2030년까지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초 계획보다 5년 미뤄진 것이다. 이와 연계해 국가정보원은 망분리 규제를 개선한 다층보안체계(MLS)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가·공공기관의 데이터를 중요도에 따라 기밀, 민감, 공개 3개 등급으로 분류해 보안기준을 달리하는 게 골자다. 이 기준은 내년 초 시행이 목표다. 그러나 새 기준이 나온다고 바로 시장이 열리는 게 아니다. 정부·공공기관들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실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내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기업들은 3년 이상 기회를 잃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기업들의 자체 센터 대신 국가데이터센터에 기업이 세입자처럼 입주하는 민관협력사업(PPP) 형태를 유도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정부가 짓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경우 유연성과 민첩성,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첫 PPP 사업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다. 기업들은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를 적극 써줘야 산업이 크는데, 정부 센터에 입주시켜 서비스를 맡기는 형태면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와 PPP 모델 간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만 해도 빅테크들의 혁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시장의 마중물을 만들어 주는데, 우리 정부는 180도 다르다. 지난 2년간 클라우드·AI시장의 격변기에 국내 기업들은 희망고문에 지쳤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미 민간시장을 장악했고 공공 진출도 앞두고 있다. 클라우드는 결국 글로벌 공략에 성공해야 살아남는데, 공공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그마저 세입자처럼 정부 센터에 들어오라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은 뭘 레퍼런스 삼아 해외로 나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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