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63> 장산습지보존위원회 옥숙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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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은퇴 후 사람들은 개인의 경제를 우선해 활동한다.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국제협약으로,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되었기에 이 명칭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습지란 바닷물 혹는 민물의 간조 시 수심이 6m를 초과하지 않는 늪과 못 등의 소택지와 갯벌을 말한다.
지정을 받으면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데, 특히 인력 교육과 해당 습지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지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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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 다닌 KT 2002년 퇴직 뒤
- 인터넷정보학교서 봉사 활동도
- 장산 반딧불이 멸종 위기 알고
- 부산시 설득해 방제금지 이끌어
- 개체수 급증 확인으로 큰 기쁨
- 다음 목표는 ‘람사르 습지’ 등록
- 시민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열어
◇ 옥숙표의 인생이모작 귀띔
-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라
대개 은퇴 후 사람들은 개인의 경제를 우선해 활동한다. 그러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존을 위해 치열히 살 때 챙기지 못한 지역 일을 인생 후반전에 들어서 실행하는 것. 그런데 사적 이익을 넘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일은 쉽지 않고 그만큼 감동을 자아낸다. 그를 찾아 한 시간여 산을 올랐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요?
▶여기는 해운대 장산의 장산습지입니다. 대천공원의 등산길을 따라 한 시간여 올라오시면 해발 450m의 이곳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산 정상 부근에 넓은 습지가 형성되어 있죠. 저는 이곳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보전되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장산의 습지를 방문하면 두 번 놀라게 된다. 하나는 경치가 너무나 좋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정상 부근에 생각보다 넓은 습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이는 이 습지를 애지중지 보살피는 장산습지보존위원회 옥숙표(78) 위원장이다.
-이곳을 람사르협약에 지정을 받기 위해 준비한다던데 무슨 뜻인가요?
▶람사르협약은 습지를 보전하고 또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국제협약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주민들과 함께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를 결성해 이 장산습지가 협약으로부터 지정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정받는 데 있어서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람사르 습지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일단 습지의 생물 다양성이 충족되면서 고유한 생물의 서식지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습지가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능적인 면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이곳은 부산시장이 2017년 8월 9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 고시한 바도 있지요. 풍부한 생물 다양성이 있으며 자연경관이 수려하기에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국립생태원의 습지연구팀이 10만7127㎡인 장산습지를 다녀간 바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조사를 한 적이 있군요. 그 결과는 어떤가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기에는 희귀생물 등이 더 많이 있다는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나무 풀 파충류 조류 등을 1년 이상 종합적으로 관찰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죠. 제가 볼 때는 1000여 종 정도의 생명이 서식하고 있기에 좀 더 깊은 조사가 필요합니다. 부산시에서는 올해 제3차 부산자연환경조사(중부산권)를 통해 밝히려고 했으나 현재까지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절차로 추진해야 하나요?
▶우선 이 땅의 소유주인 국방부가 이 문제에 대해 더 개방적인 생각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해운대구와 부산시는 습지보전법을 참조해 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정 근거를 만들어 환경부에 제출해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면 환경부는 람사르 사무국에 지정을 신청합니다. 이때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지역 시민단체가 열의를 보여줘야 하죠.
-시민단체로서 전문성이 필요하겠군요. 일모작 때는 어떤 일에 종사하셨나요?
▶저는 1966년 우체국 공무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신분이 전환되어 한국통신 부산본부에서 근무했는데, 최종적으로는 경주수련관장으로 2002년 퇴직을 했어요. 그렇게 총 36년의 세파를 헤치며 인생 전반기를 마무리했죠.
-그랬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KT 부산본부에서 고객지원부장으로 일할 때인 2001년 제가 부산연구원과 함께 시민에게 인터넷PC 사용법을 가르치는 ‘해운대인터넷정보학교’를 설립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퇴직 후 그곳의 교장을 2년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쳤죠. 그때 저는 봉사의 진정한 가치와 기쁨을 느꼈습니다.
1999년 그는 부산연구원에서 부산시 지역정보화 정책을 담당하던 필자를 찾아와 시민 인터넷교육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모색 끝에 해운대인터넷정보학교라는 300평 규모의 아카데미를 설립해 무료교육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활동은 정보통신부에도 알려져 국장이 방문하는 등 국민정보화교육의 효시가 되었다.
-그때부터 봉사활동을 하셨군요?
▶그랬었죠(웃음). 그리고 그 학교장도 퇴직하고서 생계를 위해 주식을 했는데 완전 까먹었어요. 저는 심각하게 허허로운 심정으로 장산에 살 듯이 올랐어요. 그런데 우연히 해운대구의 2006년 장산보존관리기본계획인가 하는 계획서를 보았는데, 반딧불이가 멸종되었다고 씌어져 있더군요. 반딧불이가 살아있는 것을 본 적이 있던 저는 반딧불이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곤 큰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반딧불이가 적어진 이유를 살펴보니 소나무의 재선충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항공방제가 주범이더군요. 그래서 부산시의 환경 부서를 찾아가서 엄청난 항의를 했어요. 저의 설득이 수용되었고, 결국 2010년에는 습지가 있는 지적도상의 350곳, 2011년에는 450여 곳에 방제를 금지하자는 요구가 관철되었어요. 2012년에는 전면 중단했죠.
-지금 반딧불이가 많아진 것은 그 덕분인가요?
▶그렇죠. 반딧불이는 2010년께에 개체수가 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태풍 산바가 지나간 후 민관언 합동으로 매우 많은 수의 반딧불이를 확인했죠. 또 다슬기와 두더지도 보여 춤을 출 듯이 기뻤습니다. 두더지가 보이는 것은 지렁이가 산다는 것이고, 연이어 먹이 생태계에서 땅속의 각종 미생물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저렇게 저는 점점 장산의 생태계 보전에 깊이 몰입되었어요.
-그래서 어떤 활동도 하셨나요?
▶식목도 300그루 하면서 지금까지 반딧불이 생태탐방 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0회차인 올해에는 25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정식 회원이 470여 명입니다. 2012년에 50여 명으로 시작한 동아리가 이젠 알차죠.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 카페(https://cafe.daum.net/HaeundaeJangsan)에 모든 기록이 있습니다. 이제는 또 함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운대구에서도 2017년 자원봉사 대상을 제게 주더군요. 이 사업의 중요성이 공인되었다는 뜻이겠죠.
들어보니 사업은 제법 조직화된 듯하다. 학교 교장을 퇴임한 김영주 동아리 대표의 주된 관심 사항이다. 행사가 있으면 군부대에서 차량도 지원한다. 특히 대원각사의 안도 스님은 창포머리감기 행사까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운대순복음교회 고리원자력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 78세인데 68세 같이 보입니다.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돌아보면 저는 장산습지에 2000번 넘게 간 것 같습니다. 이 일에 빠져든 지 21년입니다. 저의 인생이모작의 꿈은 람사르협약으로부터 이곳을 습지로 지정받는 것입니다. 아직도 관은 긴가민가하는 자세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목숨을 걸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제27회 람사르습지는 장산습지가 꼭 등록되도록 기원하면서 오늘도 그곳으로 발걸음하는 장산반딧불이가 되고자 합니다.
케네스 그레이엄이 쓴 고전 동화 ‘버드나무에서 부는 바람’에는 두꺼비가 부르는 노래가 있다. “세상에는 영웅이 많아 역사책에도 나오지. 그래도 두꺼비만큼 명예로운 이름은 없다네.” 옥숙표 위원장은 오늘도 장산습지의 빈딧불이 지렁이 두더지가 그렇게 합창할 날을 만들어가고 있다. 생태와의 공존을 지향하는 선한 발걸음이다.
#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국제협약으로,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되었기에 이 명칭이 시작되었다. 2020년 8월 기준 171개 국가의 2394개 습지가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 습지란 바닷물 혹는 민물의 간조 시 수심이 6m를 초과하지 않는 늪과 못 등의 소택지와 갯벌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11월 현재 전국 26개의 습지가 지정받았다. 서울에는 한강 밤섬이 지정받았고, 경남에는 창녕 우포늪, 울산은 울주 무제치늪이 지정받은 바 있다. 부산은 전무하다. 지정을 받으면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데, 특히 인력 교육과 해당 습지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지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또한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장려해야 한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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