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대한체육회 기싸움…직무정지에 가처분 신청 낸 이기흥

문체부 "대한체육회에 공정성 기대 안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기싸움이 깊어지고 있다.

문체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하자 이 회장은 법적 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문체부는 이 회장의 연임 도전을 승인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도 "더 이상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체부는 전날인 11일 오후 늦게 이 회장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 점검에서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 비위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3연임에 도전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이 회장은 이로써 내년 1월14일에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스포츠 공정위는 지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으로 뽑힌 이 회장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 점과 파리 올림픽에서의 기대 이상 성적을 올린 점 등을 고려해 연임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체부는 즉각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가 회장의 연임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 이른바 '셀프 연임 심사'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회의 임원 연임 허용 심사 기준이 대한체육회의 정관에 위반됐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정관에는 심사 기준으로 해당 임원이 단체에 얼마나 재정적 기여를 했는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단체가 외부기관의 좋은 평가를 받고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등을 계량화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현재의 심사 기준은 임원의 이사회 출석율, 임원의 징계 이력 및 범죄사실 여부, 임원의 포상 경력(체육과 무관한 분야의 포상도 인정), 임원의 대체 불가 정도 등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며 "현 대한체육회장은 조사결 중대한 비위가 드러났고, 수사의뢰됐다. 또한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의 비위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정지 됐다. 스포츠공정위는 문체부, 국회, 언론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고 문제 삼았다.

문체부는 우선,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대한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불공정한 대한체육회에 상응하는 행·재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며 "한국 스포츠에 공정과 상식이 자리 잡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