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강경 진압, 공직사회 입틀막, 다시 움트는 공안정국
시민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정부가 강경 대응하면서 사회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퇴진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고 집회를 주도한 노동·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착수했다. 대학 교정에 경찰이 들어가고, 정권 비판 대자보가 철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들의 퇴진투표 참여 단속에도 나섰다. 실정에 성난 민심을 공권력으로 ‘입틀막’하고, 공안정국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경찰은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서울 도심에서 주최한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서 조합원·시민 참가자 11명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연행해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민주노총 집행부 내사에도 착수했다. 경찰의 강제 해산 과정에선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은 당시 특수진압복과 방패·삼단봉으로 중무장했다고 한다. 강제 진압을 의도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경찰은 또 5일 정권 퇴진 집회를 이어가는 촛불승리전환행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후원금을 모집하면서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압수수색까지 할 일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민중의 지팡이’여야 할 경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떠받치던 ‘권력의 몽둥이’로 돌아간 듯하다. 오는 16일에도 민주노총 등의 2차 퇴진 총궐기가 예정돼 있는데 혹여 불상사라도 생길까 우려스럽다.
정권 비판 여론을 힘으로 막아보려는 시도들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5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들이 정권 퇴진투표에 참여하지 않도록 단속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투표 참여 호소문을 게시한 전교조 위원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9일 국립 부경대에서는 퇴진투표 부스 설치를 불허한 학교 측에 항의해 교정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했다. 국립 창원대에선 ‘명태균 게이트’ 비판 대자보를 대학본부가 철거해 학생과 동문들로부터 ‘글틀막’이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국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기가 막힌다.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맞으며 “국민 편에서 뛰자”고 당정에 주문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다. 카이스트 대학원생 입을 틀어막던 강압적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의 정권 퇴진 요구는 모두 자초한 일이다. 잘못이 있으면 성찰하고 고쳐야지 우격다짐으로 틀어막는다고 성난 민심의 물길이 막아지지 않는다. 혹여 공안정국으로 민심을 찍어 누르려는 것이라면 더 혹독한 심판이 뒤따를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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