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공들인 고액자산가, 美 `러브콜`에 흔들리는 `로열티`

김경렬 2024. 11.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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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세법에 따라 상속·증여를 하게 되면 사례의 부부처럼 재산이 반토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통합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자녀에게 자산을 승계시킬 때 부모 1명당 1300만달러까지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애초에 미국의 세금 허들부터 높다보니 현지 자산가들은 대부분 상속·증여세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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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유치 나섰지만 세법에 난항
한미 상속·증여세 공제차이 커
美 자산가 우대 강화 기대감도
[연합뉴스]

#부부인 A씨와 B씨는 결혼 뒤 음식점을 함께 운영해왔다. 고생은 헛되지 않아 재산도 제법 모았다. 벌써 300억원을 보유한 자산가가 된 이들은 슬하에는 아들을 하나 두고 있다. 부부의 외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부부는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려 법무법인을 찾았다. 국내 세법에 따라 증여하게 되면 150억원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부는 미국으로 이주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주 후 현지에서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하게 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세법에 따라 상속·증여를 하게 되면 사례의 부부처럼 재산이 반토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이 각종 절세팁을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과 국내의 세법 차이는 애초에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에서 펼쳐질 자산가를 위한 정책 강화 기대감이 겹치면서 국내 자산가 이탈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과 은행권의 대처가 주목된다.

12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법상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재산가액이 30억원을 넘으면 50% 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세의 공제율은 배우자 6억원, 성년자녀 5000만원까지다. 상속세 공제율은 배우자 30억원, 자녀(일괄공제) 5억원까지다.

이를 토대로 상속·증여세와 세금공제 범위를 초과한 고액자산가가 국내에서 지불하는 세금은 공제 최대 한도인 30억원을 기준으로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런 공제 허들은 미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통합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자녀에게 자산을 승계시킬 때 부모 1명당 1300만달러까지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부모 둘을 합산하면 2600만달러(한화 365억여원)까지 면세되는 셈이다.

해당 금액을 초과해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는 세율 40%를 적용한다. 애초에 미국의 세금 허들부터 높다보니 현지 자산가들은 대부분 상속·증여세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다.

친자산가를 우대한 내용을 담은 미국의 상속·증여세 공제 법령은 트럼프 1기 정부 때 만들어졌다. 법령의 일몰기간은 2026년.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 면세한도를 대폭 낮추겠다고 공언해왔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법령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는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자산가들을 상담해보면 세금 문제가 가장 크고, 자녀들이 조기유학 후 현지에서 일자리와 가정을 차리다보니 근처에서 노후를 보내자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노동시장이 파격적으로 유연하다는 것도 이주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유파이어(You are fired·넌 해고야)'란 말만으로 짐을 싸서 집에 가는 사람이 많은 반면, 취직이 쉽고 일자리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률 시장뿐만 아니라 고액자산가들을 충성 고객으로 모시려 수년째 공들인 은행권의 사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자산가들의 동요에 대비해 적극적인 마케팅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은 소득세, 건강보험료, 상속세 등이 미국보다 한국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주를 검토하거나 이민을 간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한국보다 미국이 병원비, 물가, 재산 유지비용들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최근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이민을 검토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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