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AI 신작 통했지만… 애플과 아마존 사이에 낀 삼성의 고민 

이혁기 기자 2024. 11.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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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삼성전자 태블릿PC 인기몰이
3분기 출하량 증가세 기록 
차별화한 AI 기능 이목 끌어
경쟁자들 추격도 만만찮아
10만원대 아마존 킨들 인기
출하량 2배 늘면서 점유율 ↑
‘가성비’ 화웨이 출하량 급증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세계 태블릿PC 시장에서 모처럼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신제품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출하량이 늘었다. 문제는 아마존, 화웨이 등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경쟁자'들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e북 읽기' 외에 별 기능이 없는 아마존의 킨들 출하량이 2배로 늘어난 건 주목할 만한 결과다.

삼성전자 태블릿PC의 3분기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사진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시장에서 미소를 지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17.9%로 2위를 기록했다.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애플(31.7%)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출하량에서만은 의미 있는 성장을 거뒀다. IDC는 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600만대) 대비 18.3% 증가한 710만대라고 밝혔다.

■ 적중한 AI 전략=삼성전자 태블릿PC 출하량이 늘어난 데는 인공지능(AI)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지난 10월 출시한 프리미엄 라인업 '갤럭시탭 S10 울트라'와 '갤럭시탭 S10+', 기존의 중저가 라인업 '갤럭시탭 A9'가 세계 전 지역에서 판매량을 견인했는데, 무엇보다 번역·검색에 특화한 기능들이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4'에 접목했던 AI 기반의 '노트 어시스트'를 이번 신제품에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PDF 파일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읽어주고 요약까지 해준다. PDF 양식으로 작성한 문서는 번역하지 못하는 기존 프로그램의 약점을 털어냈다.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해당 영역 내용을 AI가 파악해 검색해주는 '서클 투 서치'를 탑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통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꾀한 게 출하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가성비 통했지만…=삼성전자의 태블릿PC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는 또 있다. '갤럭시탭 A9' 등 가성비 모델을 강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갤럭시탭 A9의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 36만8500원(이하 64GB 기준), 통신이 가능한 셀룰러 모델은 41만8000원이다.

159만8300원(와이파이 256GB)에서 최대 240만6800원(셀룰러 1TB)으로 구성된 갤럭시탭 S10 울트라와 비교하면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과 가성비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끝마친 셈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마존·화웨이·샤오미 등 태블릿PC 시장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업체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점유율을 넓히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지난 3분기 시장점유율 11.6%를 기록하면서 5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오른 아마존의 기세가 매섭다. 출하량이 46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11.3%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화웨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위에 머물렀지만 출하량이 100만대 늘면서 점유율이 6.9%에서 8.2%로 1.3%포인트 상승했다.

두 업체의 공통점은 언급했듯 '뛰어난 가성비'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일례로, 화웨이는 지난해 9월 '메이트 프로 13.2'의 가격을 37만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낮췄다곤 하지만, 화웨이와 비슷하거나 여전히 비싸다. 한발 더 나아가 e북을 읽는 데 특화한 아마존의 '킨들' 가격은 10만~20만원대에 불과하다.

[[사진 | 킨들 제공, 자료 | IDC, 참고 | 3분기 기준]

물론 이들 업체의 열풍이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아마존의 출하량이 3분기에 가파르게 늘어난 건 그 기간에 대대적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한 결과다.

IDC는 "아마존은 연례 할인 행사인 '프라임 데이(7월 16~17일)'을 통해 큰 폭의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서 "대부분의 판매가 이때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e북 리더기' 외엔 별다른 기능이 없는 킨들을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일반 태블릿과 비교하기는 애매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심플한 기능과 낮은 가격대로 무장한 이들 업체의 약진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태블릿PC 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태블릿PC 대부분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넓은 화면, 저렴한 가격 등을 중요하게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가격이 저렴한 아마존의 킨들 판매량이 급증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위로는 애플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추격하고, 아래론 초저가로 무장한 아마존과 화웨이를 견제해야 하는 셈이다. AI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젖힌 삼성의 태블릿PC는 샌드위치 형국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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