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연말과 술자리
"우리들의 책은 먼지투성이 / 훌륭하게 해주는 것은 맥주일 뿐 /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하고 / 책은 우리를 괴롭힌다네."
책이라고는 잡아본 적 없는 어느 주정뱅이의 글 같지만, 사실은 대문호 괴테가 쓴 '맥주 찬양가'의 한 귀절이다. 술은 우리의 기분을 고양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며, 음식과도 잘 어울려서 즐거운 식사를 하도록 도와준다.
기원전 3150년경의 파라오 무덤에서 포도주 단지가 발견되고, 오스트리아의 소금광산에서는 2700년 전 사람의 대변에서 맥주와 치즈를 섭취한 흔적이 나왔다. 기원전 1750년 무렵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술에 물을 타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록되어 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술에 대한 증거들이다.
술은 영양분 없이 1g당 7㎈의 높은 열량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음식에 있는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영양 결핍을 동반한 비만, 즉 배만 튀어나오는 체형을 만들게 된다. 흔히 '술배'라고도 부르는 복부 비만은 특히 심장병, 당뇨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위는 위산을 분비하여 음식물과 함께 들어온 균을 죽이고 죽 형태로 만들어 소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음식물을 직접 흡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술은 20~30%가 위에서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흡수 속도가 빨라서 금방 취하게 된다. 술은 위를 자극하여 위염을 유발하며 심하면 위궤양으로 발전하게 된다.
흡수된 술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은 강력한 발암물질이므로 WHO는 술 자체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술로 인한 지방간은 단순히 지방이 많을 뿐 아니라 간세포의 파괴와 염증을 동반하므로 더 위험하다.
또 협심증, 부정맥, 당뇨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신장(콩팥) 질환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신장이 나쁠 때는 술과 소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환각이나 치매 및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한다. 기억력 장애, 시간, 장소에 대한 판단장애를 일으키며, 이렇게 다양한 신경 계통의 문제는 추락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2차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연말에는 각종 망년회와 회식이 잦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공복에 술을 마시는 것을 피한다. 공복에 술이 들어가면 짜릿한 자극을 맛볼 수는 있으나, 위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혀 위염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위를 보호할 수 있는 우유, 치즈, 계란, 고기 등을 미리 먹어 두면 위도 보호되지만 배가 불러서 술을 적게 먹을 수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간의 손상까지 막지는 못한다.
둘째로 적절한 안주의 선택이다. 맵고 짜며 기름이 많은 안주를 술과 함께 마시면 위와 혈압에 좋지 않다. 기름진 음식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즉 건강을 해치는 안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과일은 술로 인한 탈수를 예방한다.
셋째로 술은 중추신경을 억제해 뇌신경을 마비시킨다. 즉 기억, 이해, 결정 능력의 통제가 억제되면서 즐겁거나 괴로운 감정의 폭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 더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는 폭음을 하기 쉽고 따라서 주위에 피해를 주는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로 술자리에 갈 때 미리 계획을 세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적절한 술의 종류와 양을 미리 정해 놓고 마신다. 다섯째 고급스런 장소에서 비싼 술을 음미하는 방법도 있다. 분위기를 즐기는 것과 동시에 경제적 부담을 주어 많은 술을 피하는 방법이다.
여섯째 술을 마시는 날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둔다. 적당한 양의 술을 마셨다면 2~3일 정도, 그리고 심한 폭음을 했다면 일주일 이상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일곱째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비록 이런 노력이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을 하면 조절이 가능하다. 만약 이것이 힘들다면 아예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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