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핫셀블라드와 함께 날고있는 중국의 혁신
입구에 들어서는데 'DJI/HASSELBLAD'라는 영문 글자판이 시선을 끈다. 두 회사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은 2006년 창업한 DJI가 2017년 스웨덴 핫셀블라드의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었다.
플래그숍 4층에 마련된 180년 전통의 이 카메라 회사 전용 전시장은 DJI에 핫셀블라드가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줬다.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에 갔던 그 카메라를 만들던 핫셀블라드는 이제 DJI 드론의 눈과 촉수가 돼 고화질 촬영 수준과 제품의 격을 높이고 있다. 플래그숍 1층에 들어서니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DJI의 드론들이 펼쳐져 있다. 판매대수의 60%에 달하는 영상촬영 드론부터, 농업·소방·의료·구조·치안·건조물 확인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드론의 세계를 보여줬다.
다양한 연령대 고객들은 과학관에 온 학생처럼 직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드론과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매장 한쪽에서 드론을 날려보는 고객도 보였다. 선전 등 광둥성에서는 '10분 내 총알 드론 배송'으로 음식물을 시키고, 10~200㎏의 짐을 하늘로 나르는 드론택배 활용이 확산 중이다.
상반기 선전에서 음식물과 일용품을 배달하는 메이퇀의 드론 운행노선은 207개, 드론 이착륙장은 249곳으로 늘며 30만회의 운행횟수를 기록했다. 2.5㎏ 이하 음식물 배달에 집중하는 메이퇀에 비해 물류 운송회사 순펑은 200㎏까지의 물류 배송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순펑은 지난 10월 100만번째 배송 비행을 기록했다. 화물 520만개, 운송중량 2700t, 지구 132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530만㎞를 비행했다.
순펑은 선전을 축으로 주하이, 중산, 둥관 등 광둥성의 저고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드론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저고도 운송망을 항공 등 고고도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장쑤성 양청호에서 잡힌 민물게 다자셰가 지난 10월부터 드론으로 쑤저우 집하장 등에 옮겨져 항공편을 통해 48시간 안에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저고도(드론) 운송망과 고고도(항공) 연결의 예다.
선전의 드론 배송과 함께 광저우에서는 이항 등이 드론택시로 불리는 조종사 없이 자율주행으로 비행하는 '전기수직이착륙비행기'(eVOTL)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드론 배송과 도심항공교통(UAM) 드론택시라는 두 날개로 저고도 경제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12일 광둥성 주하이에서 개막된 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의 화두가 스텔스기와 군사용 드론이었다는 점도 시대 추이를 읽게 한다. 한 에어쇼 참가자는 "4대의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스텔스 무인공격드론 레인보 7, 소형 자폭드론 등 드론의 다양한 쓰임과 빠른 기능 향상에 놀랐다"고 전했다. 자체 위성항법시스템(GPS) 베이더우로 상징되는 우주항공기술, 견고한 제조역량과 공급망, 정부의 치밀한 지원까지 더해져 저고도 경제의 비상은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경제가 곧 주저앉을 것처럼 떠드는 억측의 홍수 속에서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신질생산력'을 향한 산업구조 조정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실용화에 돌입한 저고도 경제의 질주도 이 같은 혁신능력을 보여준다.
명확한 비전과 목표,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로드맵, 일관성 있는 정책지원, 국가 역량을 한곳에 모으는 자원 동원 능력. 지구촌을 휩쓰는 중국 전기차의 부상, 후베이 우한 등에서 실용화된 자율주행 등도 이런 혁신능력에 힘입었다. 핫셀블라드의 카메라와 함께 날고 있는 DJI. 저고도 경제 부상은 중국의 혁신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되묻게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중국이 아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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