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행감 갈등…광주시 행정부시장 사과로 마무리 수순

박준배 기자 2024. 11.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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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의회 모두 자성 계기로 삼아야 지적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12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사무행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광주시의회 제공)2024.11.12/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중지로 불거진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이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자료 부실과 허위 보고 등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의회와 '감사를 중지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집행부의 입장 차는 여전하지만 양측 모두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12일 오후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 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행감 관련해 통계 오류나 다소 부실한 자료가 있었다. 앞으로 부실한 자료가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전날 사과를 거부한 산업건설위원회에도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알겠다.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안평환 행정자치위원장은 "부실한 자료나 허위 자료 제출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오늘 출장 일정이 있음에도 출장 가지 않고 이 자리에 함께해 의회에 대한 기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번 '감사 중지'는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의 광주테크노파크와 시 통합공항교통국 행감 과정에서 나왔다.

광주테크노파크의 임직원 급여 현황, 중소벤처기업 매출과 폐업 현황에 오류나 누락이 발견됐다. 시 교통국은 도로과의 관용차 운행 기록이 맞지 않는 등 자료 부실과 오류 문제에 이어 담당자의 허위 진술이 문제가 됐다.

산건위는 "오류가 10건이 넘고 허위 답변이 이어졌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감사를 중지했다.

광주시는 행감 준비와 대응 부족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만 "감사를 중단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유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행감이 행정 사무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일인데, 일부 잘못을 빌미로 감사를 중단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산건위뿐만 아니라 행정자치위원회와 환경복지위원회 등에서도 부실·허위 의심 자료 제출이 이어졌다며 11일 전체 의원 간담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건위는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문화경제부시장에 대한 증인 출석을 요구했고, 감사 중지로 촉발된 갈등은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의회와 시 모두 성명을 내며 '자존심 대결'로 확산했다.

일부에서는 행정부시장과 문화경제부시장을 증인 출석토록 한 것은 시의회가 일부러 사태를 키우려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행정사무감사 조례에는 3일 전까지 증인 출석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산건위는 4시간여 전인 당일 오전 9시 30분쯤 행정부시장의 출석을 요구했고 행정부시장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당일 오전 예정이던 행감을 중지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행정부시장은 예정돼 있던 출장을 취소하고 출석 요구에 응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나름 성의 있는 답변을 하며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행감 태도' 문제를 지적하고 집행부 공무원들은 의회의 '갑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시청 게시판 '열린 마음'에는 "자료 설명하러 가면 아직 공부 안 했다고 할 게 아니라, 미리미리 자료 좀 보고 틀린 게 있으면 자료 요구 기간에 충분히 확인 요청하면 될 것을 인권 짓밟아가며 공식 석상에서 '쪽주기'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보기 안 좋다. 집행부 입장에선 최대한 설명하고 해명하고 싶지 무조건 석고대죄하고 싶겠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또 "오늘 공문 주면서 내일까지 답변주라고 하는 건, 너무 배려가 없는 것이다. 담당자 휴가 내고 없으면,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다 찾아서 자료 만들어내야 한다"는 토로도 나온다.

한 공직자는 "진짜 의회 요구자료 때문에 미칠 거 같다. 행감에, 2차 추경에, 본예산에, 정말 가장 기본적인 제출자료를 만드는 것도 벅찬데, 하루에 몇 개씩 내용은 비슷한데 서식은 조금씩 다른 요구자료 때문에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행감 중지는 의회와 집행부 모두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광주시는 이번 일이 시민에게 '집행부와 시의회 충돌', '발목잡기' 등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대의기관인 의회를 존중한다. 의회의 집행부 비판과 견제를 겸허히 수용한다. 이를 통해 함께 광주의 비전을 찾고 길을 만들어가는 동반자이기를 희망한다"며 "집행부는 물론 산하기관의 자료까지 세심히 검토해 부실 또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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