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야 열 받지마"… 폭염에도 잘 자라는 비결 찾았다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11.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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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배추 파동 와중에 배추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 연구사는 '저온 기술을 적용한 여름 배추 재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위 연구사가 적용한 저온 기술로 배추가 일반 배추보다 얼마나 더 잘 자라는지 실험하는 시험장이다.

위 연구사는 "저온 필름을 적용하면 온도가 4~6도, 미세 살수 기술을 적용하면 3~5도 낮아지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이 두 기술을 동시에 적용했더니 배추 생산량이 27% 늘어났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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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배추값 폭등하자
농진청 위승환 농업연구사
사장됐던 농업기술 발굴해내
미세 물방울 뿌려 증발시키고
흰색필름 덮어 5~6도씩 낮춰
배추 생산량 27% 개선 입증
내년 축구장 52개 면적 실험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배추 파동 와중에 배추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승환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가 그 주인공이다. 올여름 배추 값은 말 그대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9월 말 배추한 포기 가격은 9963원까지 치솟았다. 평년보다 70%나 높은 수준이다. 여름 배추 생산량이 평년 대비 13.8% 줄어든 37만t에 그친 탓이다. 여름 배추는 주로 해발 400~600m의 준고랭지와 600m 이상인 고랭지에서 재배된다. 기후변화 때문에 올해 준고랭지 온도가 3도 오르면서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다.

위 연구사는 "기후 위기로 인한 여름 배추 수급 불안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산을 늘리는 것뿐"이라며 "봄 배추 저장 기간을 늘리는 것, 가을 배추를 조기 출하하는 것도 오르는 배추 값을 잠시 붙잡을 수는 있지만 차선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위 연구사는 '저온 기술을 적용한 여름 배추 재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이 기술들은 처음 나온 기술이 아니다"며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기존 기술을 재발견하고, 이를 배추 재배에 적용하려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승환 농업연구사

2018년에 개발된 미세 살수 기술과 2022년에 개발된 저온 필름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해당 기술이 개발될 당시에는 폭염이 없었고, 배추 생산이 줄지도 않았으며, 배추 값도 뛰지 않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장됐던 기술이다.

위 연구사는 "중국은 고산지대가 넓어 배추 재배에 있어 기온 상승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일본은 배추 소비 자체가 많지 않아 걱정이 없다"면서 "한국은 배추 소비가 유독 많고, 고랭지 면적이 좁아 기후변화에 대비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위 연구사가 사장될 뻔한 미세 살수 기술과 저온 필름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그는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위 연구사를 따라 전라북도 완주 소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고온극복융합동을 찾았다. 100평이 넘는 노지에 푸른 배추들이 자라고 있었다. 위 연구사가 적용한 저온 기술로 배추가 일반 배추보다 얼마나 더 잘 자라는지 실험하는 시험장이다.

위 연구사는 "저온 필름을 적용하면 온도가 4~6도, 미세 살수 기술을 적용하면 3~5도 낮아지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이 두 기술을 동시에 적용했더니 배추 생산량이 27% 늘어났다"고 뿌듯해했다.

저온 필름은 '고온장해'를 줄이기 위해 특수하게 만들어진 광반사 필름이다. 쉽게 말하면 채소가 자라나는 곳에 덮는 검은색 필름을 하얀색으로 바꾼 것이다. 검은색 필름이나 투명 필름은 햇빛을 그대로 흡수하고 햇볕을 가둬 채소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반면 흰색 필름은 태양을 반사시켜 온도를 떨어뜨리는 기능을 한다. 더울 때 흰색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게다가 저온 필름은 부직포 소재로 만들어져 기존 비닐 필름보다 통기성과 흡수성이 좋아 채소가 숨을 잘 쉴 수 있게 한다.

미세 살수 장치는 물을 미세하게 분사해 주변 공기를 시원하게 만든다. 일반 스프링클러와 달리 물 입자가 미세해 공기 중에서 증발하며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농진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강원도 4곳과 전북 2곳에서 '준고랭지 여름 배추 고온 경감 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범 재배 면적은 축구장 52개 크기에 해당하는 18㏊에 달한다. 위 연구사는 "올해와 같은 배추 값 폭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급 자체를 늘릴 수 있도록 재배지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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