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 전쟁 격화·유럽 군비증강·군함수요 급증 … 큰장 열렸다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2024. 11.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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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커진 K방산 3대 포인트
전쟁 휩싸인 유럽·중동서
K9자주포·천궁 주문 이어져
EU "수백억유로 국방 투자"
군사용 도로·교량 건설 강화
美해군 중국 견제작전 늘려
韓·日에 군함 정비요청 쇄도

◆ K방산 르네상스 ◆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해군 중장·왼쪽)이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함정 건조 현장에서 최신예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중공업

'K방산'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올해까지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이 몰고 온 무기 수요를 수출 증가에 활용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격화될 미·중 해군 경쟁 속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향한 미 군함 정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무기고를 채워 두려는 전 세계적 수요가 겹치면서 K방산의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이후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국방예산 추가 규모가 최대 5000억달러(약 70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무기 예산을 합하면 10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 해군의 보수·수리·정비(MRO) 수요도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작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에 따라 군함 정비 수요가 늘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군함 정비를 받도록 하는 미 국방부 정책에 따라 MRO 사업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두 차례 수주를 통해 기술을 인정받은 한국 조선업의 수혜가 예상되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아놓고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올해는 기존 도크 작업 일정을 고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데,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방산업체들의 선택지는 사실상 한국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캐나다도 K방산에 관심을 보였다. 12일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을 방문했다. 캐나다에는 사업비 약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도입 사업이 예정돼 있다. 톱시 사령관이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체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1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이후 두 번째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는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획득 사업뿐만 아니라 캐나다 해군 전력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트너가 될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국내 4대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두 개의 전쟁' 특수는 이미 지속되고 있다. 폴란드 이외에 루마니아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위기감을 한국산 무기로 대비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올해 7월 K9 자주포 54문(약 1조3800억원어치)을 계약했고, K2 전차와 '신궁' 대전차미사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수출한 '천궁Ⅱ' 방공미사일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 등이 원리주의 테러집단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중요한 방어자산이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은 "유럽과 중동의 국가들이 눈앞에서 전쟁을 경험하면서 미래의 위협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군비 증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K방산에는 더 큰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군비 증강의 흐름 속에서 K방산만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위산업 강국인 미국과 유럽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견제에 나설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방위산업체들은 수출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한편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현지 생산과 거점 마련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호주에 맞춤형 장갑차 '레드백'과 K9 자주포(호주용 모델 AS9)를 수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8월 호주 질롱에 현지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자주포와 장갑차 제작에 들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현지화를 통해 미국·호주·영국 안보협의체(AUKUS)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폴란드와 K2 전차 2차 계약을 앞두고 있는 현대로템도 현지화를 통해 더 많은 유럽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로템 측은 폴란드에서 K2 전차 면허생산을 통해 K방산 제품 수출을 기술 로열티 수출로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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