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성 독립성 뒤에 숨은 체육계의 민낯

2024. 11.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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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가맹단체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계속 불거지고 일부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한체육회장과 가맹단체장이 연임과 3연임을 고집하는 등 전혀 자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장과 가장 큰 가맹단체인 축구협회장이 고개를 뻣뻣이 세운 채 변화와 개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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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한체육회 노조원들이 이기흥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체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가맹단체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계속 불거지고 일부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 13, 은 9, 동 10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전근대적 운영과 각종 불법·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체육계 조사·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특정인을 대표팀 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경력과 자격 요건을 없애도록 지시했고, 올림픽 후원 물품의 일부를 지인에게 나눠준 정황이 드러났다. 배드민턴협회는 후원사로부터 3억원 상당의 물품을 별도로 받아 임의로 배정했으며, 대표 선수들에게 특정 라켓과 신발 등을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협회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하자가 있고, 축구종합센터 건축 과정에서 허위로 보조금을 신청한 게 드러났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과 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고, 축구협회장은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체육계 일각의 행태는 지금이 21세기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막내 대표선수에게 수년간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 하게 하고 후원 물품을 빼돌린 것 등은 참담하고 부끄럽다. 선수들을 돕고 지원해야 할 어른들이 말하기조차 민망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한체육회장과 가맹단체장이 연임과 3연임을 고집하는 등 전혀 자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체육계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한 것은 정부나 정치권의 간섭에서 벗어나 체육계 스스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라는 취지이다. 특정 집단이 벽을 쌓은 채 횡포를 부리고 탈법·불법행위를 저질러도 된다는 게 아니다. 더구나 체육회는 1년 예산의 25%인 4200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체육계는 자정 능력을 잃었다. 대한체육회장과 가장 큰 가맹단체인 축구협회장이 고개를 뻣뻣이 세운 채 변화와 개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 팬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오만한 체육계에 과연 혈세를 계속 지원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접수된 뇌물 수수, 성폭력, 승부 조작 관련 제보도 명백하게 규명, 발본색원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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