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현대차도 따라잡힐라”...세계 자동차 시장 정복 나선 ‘중국’
중국,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등극
미국 유럽도 제쳐
BYD는 테슬라 앞지르며 전기차 시장 최강자 '우뚝'
[비즈니스 포커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 폭스바겐 때문이다. 10월 2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는 구조조정안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자동차 판매량 2위 기업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판매량이 줄어들자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폭스바겐은 193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의 문을 닫게 된다. 또 수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쇼크’에 빠지며 생산량 및 인원 감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내수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해외까지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았던 전통의 강자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에 큰 강점을 보여 미래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줄줄이 무너지는 전통 강호들
“유럽 자동차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지난 9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린 진단이다.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폭스바겐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 어든 28억6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실적 이 사실상 반토막 나자 결국 공장 폐쇄라는 조치까지 내리게 됐다.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올해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 등 핵심 경영지표들을 종 전 전망치보다 줄줄이 하향 조정한 상태다.
미국 자동차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드의 경우 올해 기대 이하의 실적이 이어지면서 최근 인원 감축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GM은 최근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얼마 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강자들이 이처럼 위기에 내몰린 배경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습이 자리하고 있다. ‘카마겟돈’(자동차와 아마겟돈을 결합한 단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빠른 성장을 이어가며 기존 강자들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매년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그 결과 중국 차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싸구려 차에서 최근에는 경쟁력 있는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제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눈에 띄게 개선된 성능의 차량을 선보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가장 먼저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터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중국 내수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내수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최대 시장이었다.
더는 아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합계 점유율은 33%를 나타냈다. 2019년만 해도 65.9%에 달했는데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차의 디자인과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애국 소비 바람까지 불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중국차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국 브랜드를 찾자 폭스바겐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도 결국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전망도 어둡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전기차 ‘캐즘’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전기차 판매량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EV Penetration Rate)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신차를 구매하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를 구매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전기차 침투율은 유럽이 약 20%, 미국이 10% 정도다.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전기차 전환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상하이와 같이 큰 대도시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판매를 억제하는 등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내연기관차 위주로 자동차를 판매해왔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은 큰 악재이자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륙의 실수는 옛말…글로벌에서도 질주
내수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진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해외에서도 점차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전통 강호들은 자신들의 안방마저 이들에게 내주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내놓은 자동차 수출량을 살펴보자.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 자동차 수출은 연간 99만 대였다. 지난해에는 491만 대로 급증했다. 일본(442만 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습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세계 자동차 시장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중국 기업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현재 약 20% 수준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30년 33%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런 추세라면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중국이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캐즘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전기차 시대가 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이 꼽히는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뛰어난 성능까지 갖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비야디가 작년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것도 결 코 우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오랜 기간 전기차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 기 위해 노력했다. 배터리 소재 확보, 모듈 조립부터 생산, 폐배터리 처리에 이르기까 지 전 과정에 걸쳐 정부 차원에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기획했다. 이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비 야디는 전기차뿐 아니라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다른 회사보다 값싼 전기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다.
비야디의 전기차 중에는 1000만원대에 판매하는 모델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테슬라를 제외하면 중국 전기차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비야디를 필두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매년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0만대를 수출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도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주요 각국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내놓자 이들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겨냥해 활발한 마케팅과 더불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짓는 등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자동차 기업이 장악했던 태국 등 동남아에서도 최근 중국차 열풍이 일 조짐이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태국의 경우 한때 90%를 자랑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77.8%로 떨어졌다. 대신 중국 전기차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신흥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모빌리티로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이들이 앞으로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야디와 지리자동차의 경우 한국 시장 진출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현대차·기아와 이들의 정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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