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새로운 골프문화를 만들어나간다

유희경 매경GOLF 기자(yhk@mk.co.kr) 2024. 11.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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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3년간 캘러웨이골프 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상현 전 대표가 1인승 골프 카트 ‘싱글(Single)’로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단순한 카트가 아닌 AI(인공지능) 서비스가 장착된 싱글로 국내 골프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메이트모빌리티의 이상현 대표를 만났다.

메이트모빌리티의 이상현 대표는 국내 골프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사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1990년부터 2023년까지 33년간 캘러웨이골프의 대표직을 역임했다. 뚝심과 혜안으로 국내 골프산업 성장을 함께 이끌었던 그가 오래 몸담았던 캘러웨이골프를 떠나 1인승 ‘싱글(Single)’ 카트를 선보였을 때, 업계에서는 놀라는 한편 그답다는 반응이었다. 캘러웨이골프 대표 시절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광고 마케팅부터 결제 관행을 혁신하는 등 사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싱글 카트로 국내 골프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싶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캘러웨이골프 코리아의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1년도 안 돼 싱글 카트를 선보였다. 언제 처음 싱글 카트 비즈니스를 구상했는지 궁금하다. 나의 젊음과 열정 그리고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던 캘러웨이골프를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5년 전부터 한국의 골프산업을 위해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국 골프산업을 위해 무슨 일을 했나 생각했을 때, 명쾌하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골프장에서 캐디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그린피 상승 문제와 노캐디 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3년 전 처음 싱글 카트를 구상했다. 그래서 그만두기 1년 전 미리 캘러웨이골프 본사에 한국에서 새로운 골프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본사도 나의 뜻을 받아들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싱글 카트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골프 인구가 560만 명이고, 그린피가 올라가거나 회원권이 올라간다고 진정한 의미의 골프산업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일단 골퍼들의 플레이 플레이 횟수가 많이 늘어나야 된다. 또 골프에 유입되는 신규 골퍼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전체적인 비용이 낮아져야 된다. 그린피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저절로 떨어지게 돼 있다. 엔데믹 이후 수요가 떨어지면서 현재 그린피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지만 카트비와 캐디피는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라운드 비용은 일본의 2배 정도다. 노캐디 플레이가 증가하는 것은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노캐디 문화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나. 국내 골프문화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 지금은 일본에서 노캐디가 일반화됐지만, 처음에는 일본도 골프가 접대문화와 맞물리면서 캐디가 서비스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캐디 한 명이 여러 골퍼를 서비스하는 최적의 방식이 5인승 카트였다. 일본 골프장과 문화의 영향을 받은 한국도 같은 방식을 따르면서 캐디 서비스가 일반화된 것이다. 일본 골프장들이 내장객이 줄어들면서 문제에 봉착했듯 우리나라 골프장 역시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노캐디 플레이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노캐디가 일반화된 해외의 경우 2인승 카트가 대부분이다. 2인승 카트가 아닌 1인승 카트에 집중한 이유는. 미국이나 페어웨이까지 카트가 진입할 수 있는 동남아의 경우 2인승 카트가 일반화돼 있는데, 2인승보다 1인승 카트가 플레이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인승 카트에 1인 사용을 허용한 결과 18홀 플레이 소요 시간이 최대 35%까지 빨라졌다는 통계가 있다. 1인이 타면 다른 사람의 공을 찾으러 코스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싱글은 캐디의 역할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노캐디라도 동반자 중 한명은 카트를 운전하고 캐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캐디 문화에 익숙한 탓에 외국에서 골프를 치다 보면 클럽을 여기저기 흘리기도 하고, 코스 공략과 그린 플레이까지 생각하면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싱글은 혼자 타고 이동하며 개인화된 ‘메이트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거리 안내 및 코스 공략을 위한 정보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동반자들과 그룹별, 개인별 대화도 가능하다.

단순 카트라기보다 스마트 자동차 같은 느낌이다. 맞다. 싱글이 골프장에서 AI 스마트 자동차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싱글을 사용하려면 웹이나 앱을 통해 회원가입 후 운전면허 등록을 해야 한다. 필드에서는 골퍼가 공을 칠 때마다 계속 스윙 영상을 촬영하고 플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남은 거리별 클럽까지 추천해준다. 싱글이 공이 날아가 있는 자리를 알고 있으니 골퍼가 훅이 많이 나는지,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지까지 알 수 있다.

캐디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목소리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싱글 카트의 역할은 캐디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캐디에게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가령 접대가 필요한 4인 플레이라면, 중요한한 분은 싱글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까지 들어가고 나머지 3명은 기존 카트를 타면 된다. 그러면 캐디는 3명의 클럽만 갖다 주면서 서비스하면 되니 더 수월해진다. 또 요즘에는 5인 플레이가 가능한 국내 골프장도 많다. 5인 플레이 시 4명은 기존의 카트를 타고 나가고, 한 사람은 싱글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로 들어가면 된다. 그럼 5인 플레이라도 플레이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싱글 카트로 모두 바꾸고 싶다는 골프장이 있어도, 일단 몇 대만 투입했다가 필요성이 더 커지면 증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골프장 카트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안전 문제는 없나. 노캐디 플레이 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안전 문제다. 싱글 카트는 해저드나 벙커 등 위험 구간에는 진입할 수 없도록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을 적용했다. 골프장 코스에서 위험 구역을 설정하면 아예 진입이 불가능하다. 경사진 코스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독립식 서스펜션을 갖췄다. 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 시 잔디 손상 문제가 있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 싱글 카트의 무게는 340kg으로 2인승 카트의 2분의 1, 5인승 카트의 3분의 1 정도다. 잔디는 무게보다 계속 밟는 빈도에 따라 손상된다. 보통 티박스에 한 명만 올라 가라는 이유도 가능하면 잔디를 밟는 횟수를 적게 하기 위해서다. 보통 페어웨이에서는 카트가 같은 지역을 계속 밟고 지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카트 도로에서 페어웨이에 진입하는 지점처럼 밟힘의 빈도수가 높은 지역이 있는데, 싱글은 최적의 길을 안내하고 골퍼 스스로 그것을 지킬수 있도록 포인트를 준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해결했다.

해외 골프장에서도 잔디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페어웨이 진입을 제한하기도 하는데. 지오펜싱 기술은 골프장에서 코스에 비로 인해 물이 많거나 잔디 손상이 심할 구역을 못 들어가게 설정하듯, 우리 본사에서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 강풍이나 비가 많이 와서 페어웨이의 상태가 안 좋으면 한국 본사에서 ‘카트 패스 온’이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오키나와 골프장에 있는 모든 싱글은 카트 도로에서 못 벗어난다. 영역으로 표시해 싱글 카트 하나이든 전체 카트이든 명령과 제어가 가능하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언제부터 싱글 카트를 경험해볼 수 있나. 12월 중 창원 아라미르cc와 제주 사이프러스cc에서 일반 골퍼들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렇게 테스트를 거쳐 고객의 피드백까지 반영한 후 양산을 시작해 캐디가 부족한 남쪽 지방이나 제주도 골프장들부터 들어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는 수도권 골프장들까지 보다 많은 골프장에서 싱글 카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싱글 카트의 가격과 골퍼의 사용료는 어느 정도인가? 골프장에 카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대여해주고 골퍼가 내는 사용료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사용료가 5만원이면 골프장과 메이트모빌리티가 반씩 가져가게 된다. 캐디피에 카트비, 여기에 버디 시 팁까지 생각한다면 골퍼 한 사람당 내는 가격이 6만5000원에서 많게는 8만 원 정도다. 그에 반해 싱글 카트의 이용료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시장에도 진출하는 걸로 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가 생각하는 골프장 솔루션은 일본 골프장들도 해당된다. 일본의 유명 스포츠 유통 그룹인 제비오(Xebi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올해 안에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일본 골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앞으로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해 우리나라 골프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새로운 골프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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