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부터 한동훈까지···대통령이 힘으로 찍어누른 당정 관계
여당은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 오명
2년 6개월동안 당대표 3명, 비상대책위원장 4명….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반기, 혼돈의 당정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당정은 국정 어젠다를 제시해야 할 임기 초에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여당 대표를 몰아내고 새 리더십을 세우느라 공력을 소모했다. 대통령이 힘으로 당을 찍어누르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반복됐다.
당정 관계는 윤 대통령 임기 초부터 혼란을 거듭했다. 지난 대선 때 억지로 봉합한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2022년 6·1 지방선거 후 터져나온 게 신호탄이었다. 당내 절대 다수였던 친윤석열(친윤)계는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당 윤리위에 올려 당원권 정지 징계를 관철시켰고, 2022년 8월 이 전 대표 체제는 무너졌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 축출을 언급하며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이 윤 대통령 의중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 됐다. 여권 내홍으로 윤 대통령을 당선시킨 연대 축 중 하나가 사라지고, 국정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사상 초유의 집권 초 여당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주호영 비대위’는 이 전 대표의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한달 만에 무너지고 ‘정진석 비대위’가 재출범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듬해 3·8 전당대회는 ‘윤심 대회’가 됐다. 당원투표 100%로의 룰 개정, 대통령비서실장의 잠재적 당권주자 공개 비판 등의 과정을 거쳐 친윤계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됐다.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여당의 첫 1년은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당대표를 축출하고 대통령 뜻에 맞는 리더십을 세우는데 소진됐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중심의 당정일체를 강조하는 친윤계 목소리가 부각되면서 당정간 견제·조정 능력은 퇴색했다. 여당이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가 됐다는 자조가 여권 내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대통령 주도의 당정 관계, 제어력을 잃은 여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시킨 김태우 후보를 내세워 총력전을 폈지만 참패했다. 이후 ‘인요한 혁신위’가 등장해 중진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장제원 전 의원만 응했고, 불출마를 거부한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불화를 빚으며 사퇴했다.
세 번째 비대위원장이자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른 한동훈 대표와의 ‘윤·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선 대통령비서실장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쓴소리를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해 논란이 됐다. 한 대표 취임 후에는 대통령 독대 요청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 후 봉합에 나선 모양새지만 언제 다시 갈등에 불이 붙을 지 알 수 없다.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검찰총장을 하다 바로 대통령이 돼 당정을 검찰총장과 일선 검찰청의 관계 비슷하게 인식한 것 아닌가 싶다”며 “임기 후반부엔 당을 본인 뜻대로 맞추려 하지 말고, 당에서 전달되는 국민 여론을 잘 수용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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