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직무정지’ 결정 하루 만에···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3선 도전 승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문체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통보했지만, 이튿날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회장의 연임 도전을 승인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이기흥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내년 1월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문체부가 이기흥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 체육회 임원들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이어 11일 오후에는 문체부가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회장은 맞대응했다. 12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오후에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허락한 것이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된 이 회장은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으나 다시 재선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 골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지다 이 회장의 3선 도전 선언을 기점으로 폭발 중이다.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문체부는 이를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최후의 보루로 직무정지까지 시켰으나 이 회장은 법적대응에 이어 체육회 직속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3선 도전 명분을 만들었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 연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들은 이날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 회장의 연임안을 의결했다.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으로 뽑힌 이 회장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 점,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둔 점 등 여러 부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체육회 산하 조직이고 이 회장이 선임했다. 체육회가 이기흥 회장의 사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결국 직무정지 상태의 이기흥 회장 3선 도전을 승인했다.
이기흥 회장은 11일 국회 문체위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 참석 등 국외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문체위는 19일 다시 현안질의를 열어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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