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나만의 서정적인 투란도트 韓 관객이 즐길 차례”

이정우 기자 2024. 11.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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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24 투란도트’로 첫 내한
“중국 공주 아닌 보편적 여성을 연기”
“공연에서 영혼 전부 쏟아…개인적 이야기 전하는 마음”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 제공

세계 최고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이 올해 연말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보통 ‘세계 최고’는 수사인 경우가 많지만, 이 리투아니아 출신 성악가는 자타공인 ‘이 시대 최고의 소프라노’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정상 성악가들이 모인 별들의 향연인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중에서도 빛나는 별인 그리고리안을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이번 오페라 ‘투란도트’가 12월 2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가운데,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그리고리안은 개막 공연을 포함해 세 차례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전형적인 오페라극장이 아닌 컨벤션센터를 개조해 열리는 이번 대형 공연에 대해 "아레나 같은 큰 장소에서도 공연했기에 이번 공연이 두렵지 않다"며 "내가 사랑하는 투란도트를 한국 관객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 제공

푸치니의 유작인 오페라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칼라프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많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러나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리고리안은 "‘나비 부인’이나 ‘투란도트’를 연기할 때 일본 여성이나 중국 공주를 연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여성의 경험을 대변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유럽인으로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단 내가 진정성있게 연결될 수 있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란 인간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는 거예요. 세계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보편적인 감정을 공유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리안은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해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표현할 투란도트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리고리안은 "사랑을 아는 성숙한 여인인 ‘류’에 비해 투란도트는 어린 소녀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전형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아니기에 이 역할을 내 목소리와 본성에 맞게 조율해서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란도트란 역할은 매우 카리스마적 인물로 여겨지지만, 저는 좀 더 서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궁금했어요. 이미 그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이제 한국 관객이 즐길 차례입니다."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 제공

이번 공연은 세계 유수의 성악가들이 복수로 캐스팅됐다. "같은 역할을 맡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품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는 그리고리안은 "각기 다른 목소리와 개성을 지닌 성악가들을 통해 같은 음악을 서로 다른 색깔의 목소리와 해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리안은 오페라와 가곡, 여기에 뮤지컬 무대까지 활보한다. 오페라 내에서도 비극의 히로인과 가벼운 희극을 다양하게 소화하며 왕성한 소화력을 보여준다. 그리고리안은 "특정한 역할로 규정되는 가수는 나와 맞지 않고, 그런 제한을 두고 싶지도 않다"며 "오페라, 더 나아가 음악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다채롭고 매일 변하는 사람이라서 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리안은 "한국의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설렌다"며 "기회가 된다면 스님들과 함께 하룻밤 머무는 ‘템플 스테이’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는 관객을 정말 사랑하고, 제 일을 정말 사랑해요.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마음과 영혼을 다 쏟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공연할 때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제 마음과 관객들의 마음이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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