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겠다"라는 약속→엇갈린 선택...'낭만'과 '현실'이 공존하는 FA 시장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영원히 원클럽맨으로 남을 줄 알았던 선수도 '현실' 앞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을 수도 있다. 반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떠날 기회가 찾아와도 익숙한 유니폼을 그대로 입는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그것이 FA 시장의 논리다.
지난 8일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 베어스를 대표하는 '16년 원클럽맨'이었던 허경민이 KT 위즈와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는 공식 발표였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9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지난해까지 두산에서만 16년을 뛴 '베어스맨'이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은 허경민은 타 구단의 관심을 받았지만, 두산과 4+3년 최대 85억 원의 계약을 맺고 잔류를 선택했다. 4년 총액 65억 원은 보장, 추가로 3년 20억 원은 두산 구단 최초의 선수 옵션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4년의 보장 계약 기간이 종료된 허경민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 3시즌 다소 부진했던 그는 FA를 앞두고 타율 0.309(417타수 129안타) 7홈런 61타점 OPS 0.811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허경민이 FA를 앞두고 스탯 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7월 24일 잠실구장 인근에서 벌어진 트럭 시위의 문구에 적힌 원색적인 비난 내용을 알게 된 허경민은 3안타 5출루로 맹활약을 펼친 뒤 "저는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종신 두산'을 약속했다.
올 시즌 종료 후 다시 FA 자격을 갖춘 허경민은 3년 20억 원의 옵션을 실행하는 대신 FA 시장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허경민의 이적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팀이 확실한 3루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산 잔류 쪽에 무게가 실렸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허경민이 더 나은 계약을 맺기 위해 FA 신청을 한 것으로 추측했다.
KT에서 FA로 풀린 유격수 심우준이 한화와 4년 최대 50억 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내야에 공백이 생긴 KT는 3루수인 허경민을 영입하는 플랜B로 급선회했다. KT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린 허경민은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의 조건에 이적을 선택했다. FA 계약 공식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허경민은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라며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경민의 '현실적인 선택' 이틀 뒤에는 '낭만적인 FA 계약' 소식도 전해졌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의 '장발 클로저' 김원중(31)이었다.
롯데는 지난 10일 "김원중과 총액 54억 원(4년 보장 44억 원, 인센티브 10억 원)의 FA 계약을 완료했다"고 알렸다. 생애 첫 FA 계약을 맺은 김원중은 처음 입단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의지를 다지는 의미로 트레이드 마크 장발을 포기하고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2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원중은 올해까지 13년째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그는 10시즌 동안 381경기(675이닝) 39승 49패 13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08의 성적을 거뒀다. 2020년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은 김원중은 롯데 투수로는 역대 최초 100세이브를 달성하는 등 5년 연속(2020~2024) 두 자릿수 세이브, 통산 132세이브를 기록하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갖춘 김원중에 이번 스토브리그 불펜 최대어 중 한 명이었다. 아직 3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 마무리 전환 이후 보여준 꾸준한 활약으로 불펜 보강을 원하는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김원중의 시선은 오직 롯데만을 향하고 있었다. FA 계약을 마친 김원중은 “시즌 초부터 구단과 교감하며, 롯데 외에 선수 생활을 이어 간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며 “성적과 미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구단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책임감을 가지고 팀의 성장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준 팬 분들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원중은 시즌 중 롯데 잔류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지난 7월 롯데 구단 공식 유튜브 '자이언츠TV(Giants TV)'에 공개된 영상에서 올스타전 전야제 행사를 즐기던 김원중은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다가와 "원중이 형, 내년에 보는 거예요?"라고 장난 섞인 질문을 받았다. 김원중은 "갈까요? 가요 어째요"라고 자이언츠TV 담당자에게 농담하더니 "어딜 갑니까. 전 부산에 있어야죠"라며 롯데에 남겠다고 약속했다.
FA 계약 이후 공개된 영상에서도 김원중은 "롯데 마무리는 아무나 못 한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팀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자부심(이 있다). 앞에 (붙은 수식어)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이 바뀌면 이전까지 했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원클럽맨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FA 계약을 맺은 날 사직야구장에서는 마침 '동래캠프닉'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김원중은 팬들 앞에서 "어디 안 간다고 약속을 드렸던 것 같은데 그 말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따끈따끈한 계약 소감을 밝혔다.
프로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자신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해 주는 구단으로 이적할 수도 있고, 충성심을 발휘해 잔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선수 개인의 선택이며 '현실'을 택하더라도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팬들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듣는 것도 '현실'을 선택한 선수가 온전히 감내해야 할 몫이다.
사진=뉴스1, KT 위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유튜브 '자이언츠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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