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섞는 마술사 이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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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정점에 오른 사람은 그 너머의 차원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환상적 트릭을 선보이던 세계 정상급 마술사가 마술적 놀라움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추구한다면 어떤 공연이 나올까.
영화와 마술을 결합한 씨네 퍼포먼스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을 연출한 이은결이 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을 준비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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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서
기술의 정점에 오른 사람은 그 너머의 차원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환상적 트릭을 선보이던 세계 정상급 마술사가 마술적 놀라움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추구한다면 어떤 공연이 나올까.
"기존의 마술은 결국 관객들을 놀라게 해 마술사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저는 하나의 결론으로 가는 것이 싫었어요. 제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로써 마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와 마술을 결합한 씨네 퍼포먼스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을 연출한 이은결이 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을 준비한 배경을 밝혔다. 이은결이 연출하고 출연하지만 '멜리에스 일루션'은 마술 공연이 아니다. 마술이 일부 등장하긴 하지만 마임, 인형, 가면극, 영상과 음악, 무대 장치 등으로 영화적 상상이 현실화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을 만든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가 말년에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상상을 펼치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멜리어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다.
이은결이 관객에게 마술적 신비함을 주는 대신 표현주의적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적 마술 대회들에서 우승을 휩쓸며 관객에게 놀라움을 주는 기술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연마했지만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은결은 "신비주의를 지향하는 마술들은 사실 일상과 멀어질수록, 말이 안 되는 '임파서블'이 될수록 박수를 받지만 삶을 얘기하지 않는다"며 "신기함이라는 유일한 기준을 벗어나 저만의 정체성을 가진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은결이 영화와 멜리에스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매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확장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영화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 멜리어스는 이중노출, 페이드 인·아웃 등의 편집 기법을 처음 도입해 영화를 환상과 비현실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하나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그는 "멜리어스는 영화의 가능성을 통찰하고 그것의 문법 체계를 만들어냈다"며 "놀라움을 주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마술 역시 소통을 위한 매력적인 언어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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