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비전에 갈린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표심 향방 ‘촉각’
현대차·LG 등 우군 둔 고려아연
지분인수 나선 한화에 호실적까지
추가지분 확보 MBK엔 변수 상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표 대결로 승부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단기 이익보다는 회사의 장기 수익성과 비전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려아연의 경우 재생에너지·그린수소, 폐기물 리사이클링, 2차전지 소재사업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제시하고 현대차·한화·LG 등과 끈끈한 연을 맺고 있다. 올 들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호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단 유리한 상황이다.
MBK의 경우 전날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 격차를 최윤범 회장 측과 더 벌렸다. 그러나 영풍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점, 그리고 고려아연 임직원들과 지역 여론, 정치권까지 영풍·MBK 인수에 강한 반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0%가량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날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장내매수로 사들인 1.36% 지분을 포함한 수치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 우호세력은 최근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한 베인캐피탈을 포함해 36~37% 수준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의 소각까지 고려하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지분률은 40~41%, 영풍·MBK 측은 44% 수준으로 평가된다.
MBK 측은 이번에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우선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형국이다. 다만 양측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은 주주들을 누가 설득하는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우선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주주들은 사업협력, 미래성장동력 등 사업적 결속력을 기반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김광일 MBK 부회장도 지난 9월 가진 첫 기자간담회서 현대차·한화·LG에 대해 "고려아연의 전력적 파트너다. (인수하게 되면)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사업적 시너지 관계를 인정했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이사회 구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양측의 비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가 전량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번 거래가 두 회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우호세력임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한화·LG를 포함해 국민연금, 소액주주 등 16%의 표심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의 경우 집행임원제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내놓으며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영풍 석포제련소가 최근 조업정지 60일 확정 판결이 났고, 최근 점검에서 또 다시 위반 사항이 적발돼 추가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추진되고 있다. 또 MBK는 주요 공적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고려아연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연결기준) 8조6401억원, 영업이익은 603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8.5%, 30.6% 각각 증가했다. 3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6.5% 감소했지만 일회성인 시설 보수비용을 집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분기 매출액은 3조2000여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8% 급증했다.
우선 올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고려아연은 1주당 배당금 5000원과 작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4000억원 이상의 주주환원에 나섰지만, 영풍은 배당금을 1주당 1만원의 안건을 올렸다.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은 62.74%의 찬성을 통과했는데, 당시 영풍측 지분이 32%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 측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가 기업가치 제고에 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시 국민연금도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장담하건데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며 "영풍은 국내 기간산업 핵심 기술을 팔아넘기려 한다. 저부터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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