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생각 안하기’, ‘딴 남자 안보기’…미성년 여친 가스라이팅한 남친의 ‘규칙’

20여 개 규칙 정하고 어길 때마다 폭행…간 파열 등 중상
법원, 징역 4년 선고…“연인 간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미성년자인 여자친구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고 폭행으로 중상해까지 입힌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특수중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성 A(21)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재수학원에서 만난 미성년자 B씨와 지난 3월부터 교제하는 과정에서 상습적인 폭행으로 간 파열 등의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남자친구인 A씨는 교제 과정에서 '거짓말하지 않기', '다른 남자 쳐다보지 않기', '혼자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오빠가 정해준 책만 읽기', '대학가지 않기' 등 규칙 20여 개를 임의로 제시하고 B씨에게 이를 준수하라고 가스라이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인 여자친구 B씨가 이를 어길 때마다 뺨을 때리는 등 수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다.

또한 A씨는 B씨에게 스스로 담뱃불로 손등을 지지도록 강요하거나 B씨의 콧구멍에 담뱃재를 털어넣는 등의 가학행위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엔 A씨가 B씨를 한 숙박업소에서 장시간 폭행해 B씨가 의식을 잃고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구속기소된 A씨는 지난 7월부터 전날까지 40번 이상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벌을 탄원한 피해자 측으로부터 끝내 용서받지 못하자 4000만원을 공탁하기도 했다.

반면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해 심리·정서적으로 지배했다. 이런 범행 수법은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고 지탄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재판 과정에서 4000만원을 공탁한 사실과 관련해선 "피해자가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양형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