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자원이 없다···지친 정관장, ‘국대 가드’ 변준형·전체 1순위 신인 합류하면 달라질까
“선수들이 힘들어서 도망 다니는 경기를 한다. 발도 안 떨어지는 것 같다.”
김상식 안양 정관장 감독은 지난 11일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58-69로 진 뒤 이렇게 말했다. 정관장은 전날 경기 후반전에 들어서며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을 보였다. KT 포워드인 레이션 해먼즈와 박준영과의 골 밑 싸움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리바운드를 빼앗겼다. KT의 몰아붙이는 수비에 막혀 볼을 돌리다가 놓쳐 버리기 일쑤였다. 팀 리바운드는 29개에 그쳤다. 정관장의 주 무기인 3점 슛도 던지는 족족 에어볼이 되며 4개만이 림을 뚫었다. 3점 슛 성공률은 16.7%였다.
이번 시즌 정관장에 이 같은 경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초반 아슬아슬하게 점수를 추격하거나 앞서가다가도 격차가 벌어지는 순간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투지를 발휘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패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1쿼터에서 4쿼터로 갈수록 평균 득점이 21.7점→18.1점→17.9점→14.8점으로 떨어진다.
이번 시즌 정관장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부쩍 늘었다. 주전 가드인 박지훈과 배병준은 각각 평균 29분 9초, 28분 13초를 소화 중이다. 포워드 정효근도 지난 시즌(23분 16초)보다 늘어난 26분 38초를 뛰고 있다. 이번 시즌 합류한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이 경기력 기복을 보이며 22분 54초 출장에 그치고 있고 아시아 쿼터 선수인 하비 고메즈도 지난 시즌 렌즈 아반도(24분 9초)의 절반에 못 미치는 12분 3초를 뛰고 있다.
국내 선수 전력이 강한 편이 아닌데 외국인 선수의 득점 지원도 부족해 전체적으로 팀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김 감독은 “5명이 다 같이 움직이는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라며 “2주 동안 7경기를 치르다 보니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 적극적으로 뛰어야 하는데 가만히 서서 플레이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관장은 국가대표 가드 변준형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상무 농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변준형은 오는 14일 제대한다. 변준형은 A매치 휴식기에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전을 치른 뒤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변준형이 정관장(당시 KGC)의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했던 2022~2023시즌에는 박지훈과 배병준이 각각 평균 18분 19초, 19분 1초씩 뛰며 백업 가드 역할을 했었다. 변준형이 돌아오면 국내 가드진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정관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2024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신인 선수를 지명한다. 9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정관장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을 충원할 수 있다. 젊은 골 밑 자원을 영입할 수도, 백코트 유망주를 데려올 수도 있다. 체력 소모에 허덕이는 정관장에 가뭄의 단비 같은 드래프트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경기 전 “오늘 경기가 끝나면 변준형과 한승희가 상무에서 돌아온다”라며 “신인 드래프트도 잘 뽑는다면 벤치 자원이 생겨 로테이션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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