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정권 생존 첫 갈림길, ‘103만엔의 벽’이 뭐길래
이례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마주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첫 과제로 ‘103만엔(약 940만원)의 벽’ 논의가 거론된다. 지난 11일 특별국회 총리 선거의 ‘캐스팅보트’였던 국민민주당의 주요 공약이어서 무시하기 어렵지만, 세수 감소가 큰 반면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감세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있어 섬세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2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수 여당 형태로 정권을 운영하게 됐다. 그 의의를 잘 살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신중하게 반영하고 폭넓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날 특별국회에서 총리로 재선출된 후 하루 만이다.
소수 여당 체제는 1994년 하타 쓰토무 내각 이래 30년 만이다. 지난달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 연합은 전체 465석 중 215석을 차지해 과반(233석) 달성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예산안, 법안 통과 하나하나를 위해 야당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활동비 폐지 등을 포함한 정치개혁안 추진도 상당 부분 야당 손을 빌어야 가능하다.
대야 협력체제의 첫 연결고리로 거론되는 게 ‘103만엔의 벽’이다. 근로소득자 연 수입 비과세 범위가 103만엔인 데서 비롯된 말로, 시간제 근로(아르바이트) 수입 등을 합해 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오히려 납세자에게 손해가 되는 역설적 상황을 지칭한다. 이번에 국회 28석을 얻은 국민민주당은 비과세 한도 상향을 ‘부분 연정’ 핵심 조건으로 꼽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3만엔의 벽 재검토는 정권운영 협력의 첫 시금석”이라고 짚었다.
이 숫자가 ‘벽’으로 지적되는 건 다른 가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 23세 미만 대학생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의 경우, 자녀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번 연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특정 부양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과거 세법에서 부양가족인 배우자의 연봉이 103만엔을 넘을 경우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정했던 것도 일본 사회가 103만엔 기준을 깨기 힘든 벽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도는 배우자 연소득 150만엔까지는 특별공제가 적용되도록 개편됐지만 ‘심리적 장벽’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배우자 수당 지급 기준을 103만엔으로 정해둔 기업이 많은 것도 이같은 인식에 영향을 준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
국민민주당은 연소득 비과세 범위를 178만엔(약 1630만원)까지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대로면 세수가 7조~8조엔(약 64조~73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종업원 50명 이하 회사의 경우 건강보험 의무 가입 기준인 ‘130만엔의 벽’, 배우자 특별공제 기준인 ‘150만엔의 벽’ 등은 그대로 둔 채 103만엔의 벽만 건드려선 효과가 한정적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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