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쾌속질주하는 하이브리드車… 판매 급증에 기술 경쟁 격화
전기차 기업들 속속 하이브리드 경쟁 합류
소비자 수요 변화·캐즘 대응 수단으로 제격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로도 기름으로도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의 정숙함과 친환경성 등은 누리면서도 충전과 주행거리 부담이 덜한 PHEV로 소비자 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고심하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PHEV를 대안으로 삼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0월 신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수소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146만3000대, 14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 49.6%씩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생산량(299만6000대)과 판매량(305만3000대)이 3.6%, 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이로써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신에너지차 비중은 46.8%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팔리는 차 두 대 중 한 대는 신에너지차인 셈이다.
주목할 것은 신에너지차 중 PHEV의 성장세다. PHEV의 10월 생산·판매량은 각각 59만3000대, 58만7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8.4%, 89.7%씩 늘었다. 전기차가 87만대 생산되고 84만2000대 판매되며 전체 신에너지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증가율은 32.6%, 30.4%로 PHEV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전에도 주요 전기차 기업들은 PHEV를 함께 개발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 흐름에 합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3대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은 지난 6일 ‘쿤펑 슈퍼 전기 시스템’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PHEV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스템은 전기로만 430km, 총 14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외에 화웨이와 CATL, 국영 창안자동차의 합작업체인 아바타, 국영 상하이자동차와 알리바바의 합작업체인 즈지자동차 등도 올해 PHEV 분야에 진출했다.
중국 전기차 업계가 PHEV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수요 다변화가 있다. 전기차의 정숙함과 저렴한 유지비, 친환경성 등 장점은 누리고 싶지만, 충전과 짧은 주행거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인 볼보자동차의 위안샤오린 아시아태평양 총재 겸 CEO는 “어떤 소비자는 순수전기차의 환경 보호와 평온함을 추구하지만, 다른 소비자는 PHEV의 장거리 주행과 운전의 즐거움을 선호한다”며 “자동차 회사는 이러한 요구를 따라잡아야 하고, 시장의 속도에 맞춰 제품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 전기차 대안으로도 PHEV가 제격이라는 평가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비야디)는 최근 3분기(7~9월) 매출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를 제쳤는데, PHEV 판매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야디의 3분기 PHEV 판매량은 약 6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베이징상보는 “PHEV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라며 “지난해 PHEV 시장에 진출한 리오토는 월 판매량이 수개월 연속 5만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자동차 제조기업 중 최초로 수익을 냈다”라고 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자동차 업계가 PHEV 기술을 위한 새로운 군비 경쟁을 시작했다”라고 했다. 보다 큰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최대한 늘리고, 그동안 전기차에서만 가능했던 고속 충전 기능을 PHEV에도 추가하는 식이다. 후청타이 아바타 부총재는 “대형 배터리, 고속 충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사용자의 순수 전기차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라며 “배터리가 빠르게 충전될수록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질 텐데, 이를 확장 모델(PHEV)이 해결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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