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장애 문화인 후원 …"예술 활동 통해 삶 성취감 느끼길"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4. 11. 12.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세나인상 / 조성제 원광종합건설 회장
존폐위기 기로 '동서미술상'
창원시 의회와 협력 제도화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삶의 성취감을 느끼길 바라며 후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조성제 원광종합건설 회장은 장애인 문화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을 10년 가까이 후원해오며 기업과 지역 사회 예술을 매개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조 대표는 건설사 대표이자 사진작가이면서, 동시에 장애인예술단체 후원 회장을 맡고 있다. 건설사 본사가 위치한 창원에서 기업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2007년 경남메세나 창립과 이후 활동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경상남도는 예부터 활동하는 문화 예술인이 많은 지역이다. 조각가 문신, 소설가 김탁환, 시인 천상병 등이 경남 출신이거나 혹은 경남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조 회장은 현재도 많은 문화예술인이 경남과 창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전시가 많이 열리지 않는 점을 늘 아쉽게 생각했다. 이에 기업인이 매칭이 돼 문화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이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메세나를 통해 사진 단체와 매칭이 돼 약 16년째 후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존폐 위기에 처했던 '동서미술상'이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창원시 의회와 협력해 이를 제도화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서미술상은 동서화랑 송인식 선생이 1990년 1억원을 쾌척해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미술작가에게 해마다 주는 상이다. 하지만 송 선생이 작고한 뒤 약 30년간 이어져온 동서미술상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본인 스스로도 사진 작품을 통해 이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조 회장은 창원시의회 의원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상의 유지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를 통해 '창원시 동서미술상에 관한 조례'가 발의돼 2022년부터는 창원시가 시상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사진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 회장이 천착하는 주제는 '습지'다. 우리나라 대표적 습지인 경남 창녕 우포늪은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08년 창원시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우게 됐다. 람사르협약은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2008년 이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그는 "건설 사업을 하고 있지만, 환경 보존 또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습지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도 보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습지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개최해 장애인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 기금을 통해 장애인들의 작품 활동을 후원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지내며 그들의 생활 환경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며 "막연하게 생계에 도움을 드리는 방법도 있지만, 예술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실제 전시하고,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이들이 삶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전을 개최하거나, 시집을 출판하려고 해도 개인돈이 수백만 원이 들어 당장 생계가 막막한 장애인들에게는 후원이 없다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며 "국가에서도 물론 도움을 주지만, 지역사회에서 이런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조성된 기금 약 2억원으로 매년 2~3명의 장애인 작가들의 전시와 출품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조 회장은 서울에서 건설회사에 근무하다 창원으로 내려와 2005년 건설사를 창업한 기업인이다. 원광건설은 올해 토건 시공능력평가 68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고금리 등으로 인해 지방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경영 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인에 대한 후원만큼은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것이 조 회장의 의지다. 그는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도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을 하며 동시에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