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등이 걱정되거나, 첫 승격이 기대되거나…설레는 승강 PO가 온다
지금껏 한국 축구는 ‘태극마크’가 흥행의 중심이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K리그의 흥행 여부도 갈렸다.
K리그가 아시안컵의 처참한 실패와 달리 24일 1부리그 최종전을 남긴 가운데 321만 6357명으로 최다 관중 신기록(종전 301만 1509명)을 썼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2013년 승강제 도입이 흥행의 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가 기다리고 있다. K리그는 2022년부터 2부로 강등되는 팀을 최대 2개팀에서 3개팀으로 늘렸다. 올해는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가 2부로 자동 강등됐고, 21세기 최강으로 군림했던 10위 전북 현대와 11위 대구FC가 강등권으로 밀려났다. 전북과 대구는 최종전 결과로 순위가 뒤바뀔 수는 있지만 승강 PO를 치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두 팀은 첫 승격을 꿈꾸는 2부 2위 충남아산과 PO 승자(3위~5위)와 1부 잔류를 놓고 홈 앤 어웨이의 마지막 승부를 벌여야 한다.
팬들 사이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K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전북의 강등 여부다. 전북은 2023년 기준 1부에서도 선수단 연봉만 200억원 가까이 쓰면서 이 부문 1위에 오른 구단이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선 성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이승우와 한국영, 안드리고 등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쓸어담았다. 그럼에도 전북은 전신인 전북 다이노스 시절을 뛰어넘는 시즌 16패(10승11무)로 창단 첫 파이널라운드B(7~12위) 추락도 부족해 승강 PO로 밀려났다.
전북이 2부로 강등된다면 지난해 꼴찌로 첫 강등된 수원 삼성과 함께 승강제의 냉엄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승강 PO의 사례를 살펴봐도 1부가 무조건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의 연고지 이전으로 승강 PO가 열리지 않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1부와 2부의 12번의 맞대결 결과는 정확하게 50 대 50이었다. 승강 PO가 2배로 늘어난 2022년부터는 1부의 승률이 75%로 더 높다는 게 위안일 따름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부의 승격 전쟁에선 충남아산과 서울 이랜드FC(3위), 전남 드래곤즈(4위), 부산 아이파크(5위)가 기회를 잡았다.
2020년 창단한 충남아산과 이랜드는 지도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충남아산은 코치 경험만 20년에 가까운 김현석 감독의 지도 아래 승강 PO 티켓을 따냈다. 지난해 충남아산의 인건비 총액은 27억원 안팎이다. 전북 인건비의 10분의 1을 겨우 넘기는 무명의 선수들이 창단 첫 승격까지 성공한다면 한 편의 축구동화가 완성된다.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이랜드는 과거 수원FC에서 한 차례 1부 승격(2020년)과 1부 잔류(2023년)를 이끌었던 김도균 감독만 믿고 있다. 이랜드는 2부 최종전에서 3위로 밀려나 전남과 부산의 준 PO 승자를 상대로 승강 PO 티켓을 따낸다는 각오다. 매년 큰 돈을 써도 2부에 머물렀던 이랜드가 승격까지 성공한다면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강등을 경험했던 대구와 전남도 승강 PO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는 2013년 13위로 자동 강등됐다가 2017년 우승팀인 안산 무궁화의 시민구단화 덕분에 준우승 자격으로 1부에 오른 바 있다. 생경한 이 무대에서 꼭 필요한 해결사 세징야가 갈비뼈 부상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다. 전남은 2018년 꼴찌로 2부로 추락한 뒤 2021년 4위로 준 PO에 올랐다가 탈락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반대로 부산은 지긋지긋한 승강 PO의 아픔을 이번에는 털어내야 한다. 부산은 2019년 승강 PO에서 경남FC를 상대로 1승1무로 웃었지만, 남은 4번의 승강 PO(2015년 강등·2017년 2018년 2023년 승격 실패)에선 모두 패배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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