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家-다빈치처럼·…기업-예술단체 249쌍 '문화 동행'
19년간 3051건, 1200억 후원
10년 인연 이건재단·아름지기
올해의 베스트커플로 선정
한복 전시·궁궐환경 개선…
전통문화 계승 창달 후원
메디치 가문의 중흥을 연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1360~1429)는 예술 후원에 막대한 부를 쏟았고 로렌초 데 메디치 등 후손들의 대를 이은 지원은 이탈리아반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메디치가의 후원으로 탄생한 명화와 조각, 건축물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관광객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렌체로 끌어들인다.
메디치 가문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열었듯 한국의 기업들이 한류 문화 예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돕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의 2024년 결연식이 13일 개최된다. 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운영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기업과 문화 예술 단체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사업이다. 기업은 문화 예술 단체를 지원하며 사회에서 쌓은 부를 환원하고 예술 단체는 안정적 창작 활동으로 문화 예술 발전을 추구한다.
올해는 249쌍의 기업과 예술 단체가 결연을 맺어 총 77억원이 예술계에 전달됐다. 2006년 사업 출범 이래 3051쌍의 기업·예술 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누적 지원 금액 1200억원이 예술계에 지원됐다.
매년 열리는 결연식에서는 기업과 예술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시간을 가진다. 장기간 모범적으로 파트너십을 이어온 결연 커플에 '올해의 베스트 커플' 기념패도 수여된다.
2024년 베스트 커플에는 목재 가구 그룹 이건의 이건박영주문화재단과 한옥 및 한식, 전통 조경 등 의·식·주 전 분야에서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선보여온 아름지기가 선정됐다. 나무(목재)를 공통분모로 삼는 이들은 2015년부터 약정을 맺고 기획 전시와 전문가 육성, 문화유산 보존 정비 등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진행된 기획 전시 '한복을 꺼내다'가 두 기관의 대표적 협력 사례다. 아름지기는 전통 복식을 연구해온 온지음 옷 공방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미교포 의상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과 함께 한복을 일상복의 영역으로 끄집어냈다. 저고리와 치마, 두루마기, 단속곳, 배자 등 한복 원형의 패턴을 살리되 착용감과 실용성을 개선한 서른일곱 점의 의상을 전시했다.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변형된 다양한 형태의 저고리, 이인진 도예 작가가 직접 구운 도자기 단추들도 선보였다. 천 조각 하나도 소중히 여긴 선조들의 지혜와 현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상기하기 위해 자투리 천을 활용한 가림막 작품도 설치했다.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은 "전시할 때마다 주제에 맞춰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이건박영주문화재단의 후원 덕분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아름지기의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었다"며 "이건박영주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더 확대돼 많은 문화 예술 단체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아름지기가 2003년부터 진행해온 '궁궐 환경 가꾸기' 사업에도 매년 함께하고 있다. '궁궐 환경 가꾸기'는 아름지기의 회원과 후원사 직원들이 경복궁 등 궁궐의 환경을 정비하는 것으로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창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름지기의 대표적 사업이다. 목재 가구 사업을 하는 이건의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아름지기의 활동을 직접 확인하고 나무로 된 우리 문화재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고려의 맛과 멋을 주제로 한 '고려미려: 추상하는 감각'도 두 기관의 협력으로 이뤄진 전시다. 이 전시는 수준 높은 문화를 꽃피웠으나 많은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잊힌 고려의 공예품을 조명했다. 다채롭게 변주한 청자와 유리 공예 상차림을 선보였고 고려의 주병과 주기 유물을 다각도로 해석한 현대적 작품들을 전시했다.
메세나의 마법은 돈을 쓰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 승자가 된다는 것에 있다. 메디치 가문이 역사에 남은 건 그들이 쌓은 막대한 부가 아니라 돈을 쓴 방식 때문이다. 예술을 부흥한 메세나 활동 덕분에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과 함께 예술사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이건박영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예술의 감동을 널리 나누고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고 박영주 회장의 뜻을 따르고 있다"며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생활을 창조하는 데 계속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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