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데이vs땡큐절'…불황을 견디는 두 유통 공룡의 다른 행보

김민우 기자 2024. 11.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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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 업태별 매출 비중/그래픽=임종철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오프라인 소비시장을 이끄는 유통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신세계는 '쓱데이' 행사기간 동안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유례없는 초저가 물량 공세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행사 열흘 만에 매출액 2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롯데는 그룹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할인행사인 '레드페스티벌'을 올해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롯데마트와 슈퍼 중심의 '땡큐절' 행사로 대체했다. 출혈경쟁을 통해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차원에서다. 연말 유통업계 할인행사가 집중되는 이 시기에 양 사의 다른 전략이 4분기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초저가 물량공세 펼친 신세계그룹...'쓱데이' 총매출 2조원 돌파
신세계그룹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그룹차원의 연중 최대 쇼핑 행사 '쓱데이' 총매출액이 2조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5회째를 맞은 쓱데이 역대 최대 매출로 사전에 목표한 1조9000억원을 훌쩍 넘긴 성적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20% 증가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는 첫 사흘 동안 한우와 삼겹살, 대게 등을 반값에 판매했다. 한마리(900g 내외)에 2만8800원에 판매하는 대게를 사기 위해 오픈런 행렬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마트에서는 2일 하루에만 사상 처음으로 하루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기록을 달성했다.

신세계푸드는 전국 이마트 베이커리 매장 피자코너에서 18인치(45㎝) 패밀리 사이즈 피자를 1만1500원에 선보여 사흘간 약 6만개가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은 글로벌 인기 게임 '롤'을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을 유치했다. 쓱데이 기간 동안 백화점 30.3%(전년대비), 면세점 132%, 신세계푸드 59%, 스타벅스 58%, W컨셉 33%의 매출이 늘었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매출 증가도 두드러졌다. G마켓과 SSG닷컴은 대형 가전 브랜드와 협업해, 노트북과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 가전을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G마켓은 라이브 방송일 매출 기준 로봇청소기 로보락 제품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스타필드 고양에서는 신세계 계열사 3곳을 포함한 총 6개 회사가 참여해 오프라인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쓱데이 빌리지'를 열어 열흘간 2만1000여명의 고객이 방문했다.
그룹사 통합 할인행사 '레드페스티벌' 안 한 롯데...수익성 개선 집중

신세계 vs 롯데 다른 행보/그래픽=임종철
반면 롯데는 올해 그룹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할인 행사 '롯데레드페스티벌'을 열지 않았다.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하이마트, 홈쇼핑, 세븐일레븐, 롯데GRS 등 유통, 식품 관련 주요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최대 할인 행사지만 올해는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롯데가 레드페스티벌 행사 계획을 알리며 예상보다 발 빠른 행보에 나서자 신세계그룹도 레드페스티벌에 대응하는 쓱데이 홍보자료를 부랴부랴 만들어 뿌리는 등 홍보단계부터 전쟁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룹통합 행사 대신 롯데마트와 슈퍼가 롯데쇼핑 창사 45주년 기념 '땡큐절' 행사를 통해 '쓱데이'에 대응했다. 킹크랩, 한우 등을 반값에 선보이며 이마트 못지않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마트?슈퍼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한 탓에 계열사의 후방지원은 없었다. 신세계그룹처럼 대대적으로 행사 실적을 홍보하지도 않고 있다.

롯데는 성수기인 11월보다는 쇼핑 비수기인 매년 5~6월 롯데페스티벌을 정례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중이다. 매출 증대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황 속 다른 전략...롯데vs신세계, 누가 웃을까?
주목할만한 점은 불황을 대하는 두 유통사의 전략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냈다. 2분기에는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도 적자를 냈다.

이마트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병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매출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열광하는 차별화된 초저가 상품 개발을 지속해 핵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며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와 가격 파격 선언 테마행사를 통해 할인점의 본질인 EDLP(Every Day Low Price) 가격 구조를 확립, 매출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DLP는 항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의미로 초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롯데는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하고 그룹차원에서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중이다. 실속없이 볼륨을 키우기보다는 수익이 나는 사업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다. 롯데 유통군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의 역할을 줄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롯데는 롯데유통군 전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롯데온으로 통합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으나 효과보다는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하자 롯데온으로 일임한 온라인 사업을 각 사업부로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롯데는 지난해 초부터 롯데마트와 슈퍼를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롯데슈퍼의 온라인 사업도 통합과정에서 과감히 버렸다.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 롯데쇼핑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조 5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258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서로 다른 양사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유통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우선 3분기에는 이마트는 흑자 전환하면서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초저가 물량 공세가 매출액 증가와 재고 처리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익성에는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롯데가 웃을지 물량 공세로 트래픽을 늘려 매출과 영업익을 같이 늘리는 전통적 방식의 이마트가 웃을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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