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독소조항 뺐는데…與 내부 “이탈표 없다” 전망 나오는 이유
‘친윤-친한’ 단일대오 형성 기류…‘이재명 공동 타깃’ ‘특감 합의’ ‘보수층 결집’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적한 독소조항을 뺀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꺼내며 여권 흔들기에 나섰지만, 정작 국민의힘 내부에선 특검 찬성 '이탈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기류다.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영부인 특검까지 동의하는 순간 남은 보수층마저 돌아설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선고가 다가오는 만큼, 내부 분열 대신 야권으로 공세 타깃을 모아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표' 與 이탈 노리는 민주…단일대오 뭉치는 국민의힘
민주당은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제출을 예고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정쟁 반대와 함께 김건희 특검법 수용 아닌가. 우리 민주당이 꼭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데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반대할 수 있나"라고 한 대표와 여권을 압박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셈법에는 '제3자 추천안'을 가장 먼저 제안한 한 대표의 특검 수용 딜레마 상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시절부터 김 여사 리스크 타개를 강조하며 완화된 특검법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대통령에게 "여론이 약화되면 앞으로 특검법을 더 막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김 여사 의혹 규명에 협조할 것을 촉구해왔다.
민주당은 이번 수정된 버전의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 한 대표와 국민의힘의 반대 명분을 없애고 거부권을 무력화할 이탈표 매직넘버 '8표'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이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번번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부결(재적 의원 과반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 찬성 표결 기준 충족해야 재의결 통과)에 막혀 무산되는 일이 반복돼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선 오히려 '특검 거부' 단일대오 기류가 더욱 강하게 감지되는 분위기다. 전향적 태도를 보여온 한 대표도 해당 사안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수정안 제출 결정에 "특별히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발맞춰 지도부 인사들도 계파를 막론하고 당정과의 '전략적 동반관계' 키워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도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당정관계 차별화' 대신 '전략적 동반관계' 기조로 바꾼 상태"라며 "친한계 인사들에게도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저번 재의결 때보다 더 강력히 특검 거부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은 이재명에 맞설 때" "정권 재창출도 생각해야"
정치권에선 이 같은 기류의 배경으로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이재명 대표의 선고가 다가온 상황에서 친한(親한동훈)계조차 용산이나 당내가 아닌 민주당으로 총부리를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이) 친한계를 이탈하라고 꼬시는 건데, 저희는 안 넘어간다"며 "민주당의 지금 관심은 이재명 대표 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 대표가 특검 대안으로 영부인을 포함해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설치' 카드를 내놓은 만큼, 특감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특감은 조율이 가능하지만, 특검은 민주당이 파놓은 덫"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국민의힘은 오는 14일 추경호 원내대표를 필두로 의원총회를 개최해 한 대표가 강조해 온 특감 추진 여부에 대해 당론을 모을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모두 연일 최저치인 상황에서 특검에 동의하는 순간 자멸할 것이란 여론이 계파를 막론하고 퍼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연일 10%대로 취임 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여기에 운명공동체인 여당 지지율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쟁 상대인 민주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특히 보수 텃밭인 영남권과 보수 지지층마저 '당내 분열'에 실망하며 등을 돌린 상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도 민심이 아니라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야권은 대통령 퇴진이나 임기 단축, 탄핵까지 정권 자체를 흔드는 만큼 여당 의원들도 그런 야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여권은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보이는 만큼 더 뭉칠 것이다. 많아도 5표 이내로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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