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이 만든 '멜리에스 일루션'…"매직쇼 아닌 시네퍼포먼스"

김정은 2024. 11. 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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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쇼라고 생각하고 온다면 사실 굉장히 실패입니다. 세상에 없는, 기존에 없었던,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철저히 창작자로서 제가 가진 욕망으로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은결은 "제 공연에선 항상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다 펼쳐놓고 마지막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공연은 불친절하게 제가 원하는 느낌부터 시작하니 당황스러우실 것 같다"면서 "이것은 하나의 실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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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서 공연…연극·마술·영상 결합한 복합공연
"세상에 없는 작품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12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매직쇼라고 생각하고 온다면 사실 굉장히 실패입니다. 세상에 없는, 기존에 없었던,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철저히 창작자로서 제가 가진 욕망으로 시작한 작품입니다."

국내 대표 일루셔니스트(마술사) 이은결은 12일 서울시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7일까지 이곳에서 이어지는 '멜리에스 일루션' 공연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이은결이 창작, 연출한 이 작품은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한 복합공연이다.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은결의 오마주를 담은 작품이다.

6명의 퍼포머가 무대 위의 아날로그 장치와 마술적 트릭을 이용해 멜리에스가 도입한 다양한 영화적 특수효과를 재현한다. 관객들은 무대 상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무대 위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함께 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영화의 특수효과가 어떻게 촬영돼 화면에 나타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은결이 "시네 퍼포먼스"라고 규정한 이 작품은 화려한 마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존 매직쇼와 달리 다소 실험적인 성격의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관람 연령도 '중학생 이상 추천'으로 돼 있다.

그는 "시네 퍼포먼스'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장르"라면서도 "'이건 뭐지?'라는 경험을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오해를 많이 하실 것 같아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은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알고 싶었습니다. 신기한 마술을 기대하고 온다면 욕구는 충족이 안 될 겁니다. 그러나 영화를 볼 때도 이런저런 새로운 자극, 영감을 받고 싶어서 보기도 하잖아요. 공연을 볼 때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은결은 "제 공연에선 항상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다 펼쳐놓고 마지막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공연은 불친절하게 제가 원하는 느낌부터 시작하니 당황스러우실 것 같다"면서 "이것은 하나의 실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결이 이러한 마술의 확장과 새로운 시도에 집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지진이 난 아이티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은결 연출 '멜리에스 일루션' 공연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결이 현지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면서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을 하자 한 아이가 '그런 동작은 왜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경험이 마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부끄러웠어요. 제가 하는 일, 행위에 대해 제대로 생각을 안 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손가락을 튕기며) 이런 것들은 다 주문이거든요. 주문을 믿지 않는 시대에 그것을 간소화한 행위들인데, '나는 왜 선배들이 한 행위를 아무런 의심 없이 해왔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게 계속 던졌죠."

이은결은 "그러다가 마술로 어떤 연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제 공연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그전에는 신기함을 중시했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표현할까'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술은 삶과 멀어질수록, 우리가 사는 현실과 멀어질수록, 정말 말도 안 되는 불가능이 될수록 박수를 받는데 정작 삶을 얘기하지는 않더라"면서 "이후에는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마술이란 기준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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