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저소득층이 트럼프 찍었다”…‘이대남’도 공화당으로
[앵커]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소득이 적은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고소득 유권자들은 해리스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월드 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빙의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었는데, 사실상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어요?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접전지로 불렸던 7개 주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당초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동안 발표됐던 사전 여론 조사도 크게 빗나가면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전국 득표율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50%를 넘어서서 48%에 그친 해리스 후보를 앞섰습니다.
2016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때만큼 여론조사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는데요.
민주당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른바 '샤이 트럼프'층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또, 친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언론 보도가 정확한 여론 파악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온라인 베팅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승리를 예측했는데요.
두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각종 베팅 사이트에서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후보가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투표일 직전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은 트럼프 당선 확률을 60%로 점쳤습니다.
[앵커]
이번 선거 결과 분석에서도 특이한 부분이 나타났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반대로, 저소득층이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기자]
보통 고소득층은 보수 성향의 공화당을 지지하고, 저소득층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대선에서는 출구 조사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오히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에 표를 많이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가난한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모여들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저소득층의 이탈을 지적했는데요.
그동안 대선에서 소득 상위 3분의 1 구간의 유권자들이 주로 공화당을 지지해 왔고, 소득 하위 3분의 1 구간의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해 왔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저소득층이 트럼프에게, 고소득층은 해리스에 표를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민주당은 도심 지역과 교외 지역, 지방에서 모두 표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반면 공화당은 지역은 물론이고, 도심에서도 지지율이 높아졌습니다.
교외 지역은 양 진영의 지지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국경 지역의 표심이 공화당 쪽으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띕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 주의 경우 지난 대선에 비해 공화당 지지세가 뚜렷하게 강해졌습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여겨졌던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거나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클 오닐/미국 정치 분석가 : "이민자 문제는 큰 이슈였습니다. 민주당이 수년간 집권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인식했던 부분이 민주당의 큰 문제였습니다."]
[앵커]
젠더 문제도 주요 이슈였는데, 민주당은 여성들에게서도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보다 득표율이 떨어졌다면서요?
[기자]
해리스 후보가 여성이었고 또 낙태권을 포함한 젠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음에도 오히려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의 여성 득표율에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남성을 포함한 젊은 남성들이 민주당을 이탈한 것도 민주당에게는 넘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는데요.
[래리 사바토/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 : "민주당은 18~29세의 젊은 남성들과 관련해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음 선거에서 이들 젊은 남성들은 나이가 들 테지만, 견해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각종 SNS를 통해 선거 운동을 활발히 하면서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젊은 남성층에 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뒤졌던 30세 미만 남성 지지율을 이번 대선에서 우세로 뒤집었는데요.
이 연령대 남성들은 절반 이상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해리스는 바이든 때보다 여성 득표율이 낮아졌는데요.
낙태권이나 젠더 이슈보다는 이민이나 경제 문제에 비해 유권자들의 표심이 더 크게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승리로 결론이 났지만,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 또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남겼어요?
[기자]
이번 대선 예측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예측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예측 실패를 되돌아보며 원인을 찾고 있는데요.
또, 민주당에게는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네이선 대슐/전 민주당 주지사협회 이사 : "민주당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핵심 선거구들을 잃었고, 트럼프는 이번 선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원하는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트럼프의 압도적인 승리에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앞으로 민주당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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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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