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대통령 국정운영 ‘0점’···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정치 다 망가뜨려”
“인적쇄신보다 자기반성 우선” 지적
당 대표직 잃은 과정에 대한 소회
“젊게 바꿔놓은 보수를 되돌린 것”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개혁신당 의원)를 내쫓고 김기현 전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었을 때부터 국민의힘 위기가 시작됐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대선 기간부터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 전 대표는 두 차례 중징계 결정을 받고 당대표직을 잃었다. 초유의 여당 대표 중징계 이면에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뒤이은 김 전 대표 역시 윤심의 영향으로 사퇴했다.
경향신문은 여당 대표가 연거푸 ‘축출’된 국민의힘 잔혹사의 당사자였던 이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 전반기 국정 평가를 물었다. 인터뷰는 전화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힘이 가장 셌던 정권 초에 윤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당대표직을 잃었던 그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역사를 되돌린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 의원은 “보수 진영을 젊게 바꾸는 도전에 성공한 것인데 그걸 되돌린 것”이라며 “윤대통령에게 동조한 사람들도 임기초 권력 강한 대통령에게 줄서다가 당을 말아먹은 것”이라고 했다.
이 이원은 임기반환점을 맞은 윤 대통령의 2년6개월 국정 운영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해달라고 하자 “0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 굉장한 취약한 권력 기반 속에 있는데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정치를 다 망가뜨렸다”며 “결국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지지 기반을 해체시키면서 TK(대구·경북)의 지지율이 부산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잘한 일을 꼽는 질문에는 “기억 안 난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 공약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기억도 못하고, 대장동이 누구 것이냐 정도만 기억나는 상황 아니냐”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허한 붕뜬 얘기를 하지말고 구체적으로 얘기했어야 한다”며 “사과라는 것은 어떤 피해를 누구에게 줬고, 그걸 어떻게 반성하고 있으며,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게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여부를 두고는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인적쇄신보다 윤 대통령의 자기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정치를 ‘기우제’로 비유하며 “여우의 신포도처럼 부산 엑스포 유치나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에서 시간 지나면 잘 될 거야라는 식으로 버티고 나중에 망하고 이런 게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도 이재명 대표 재판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설사 재판으로 망하는 상황이 온다한들 윤 대통령이 잘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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