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매직쇼 잠시 잊고 새로운 영감 얻어가세요"

이예슬 기자 2024. 11.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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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쇼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실망하실거예요. '이은결'이라는 이름이 공연의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저에겐 숙제죠. 하지만 굉장히 놀랍고 신기한 경험일겁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연출한 '멜리에스 일루션'이 오는 1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다.

작품은 2016년 두산아트센터·페스티벌 봄에서 공연된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이후 작품개발과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거쳐 발전해 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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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에스 일루션' 연출한 이은결 인터뷰
[서울=뉴시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매직쇼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실망하실거예요. '이은결'이라는 이름이 공연의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저에겐 숙제죠. 하지만 굉장히 놀랍고 신기한 경험일겁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연출한 '멜리에스 일루션'이 오는 1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다.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된 복합 공연이다.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은결의 오마주를 담은 작품이다.

멜리에스는 최초의 SF 영화인 '달세계 여행'을 만든 인물이자 '이중노출', '타임랩스', '디졸브' 등 특수효과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최초의 영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저장하고 기록하는 형태였다면, 멜리에스는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가공해 '일루션'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은결은 12일 LG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술이라는 맥락과 문법으로 기존에 없었던,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작했다"며 "대중이 원하는 것을 분석해서 해왔던 사람이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지만 타자화된 욕망보다는 제 안의 욕망을 끌어들여 작품에 온전히 담아보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은결은 디지털 시대에 '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마술은 오랫동안 신비함을 중시했지만 누구에게나 비밀이 손쉽게 공유될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며 생명력을 잃어간다고 느낀 것이다.

[서울=뉴시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그에게 멜리에스는 단순히 영화감독 이상의 존재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자신의 마술 무대를 위해 시네마토그래프(카메라, 인화기, 영사기를 겸한 장치)를 활용한 기술 실험을 시작했지만, 이후 매체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발견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대사가 없는 무언극으로, 무대 위에는 6명의 퍼포머가 등장한다. 퍼포머들은 무대 위의 아날로그 장치들과 마술적 트릭을 이용해 멜리에스가 도입한 다양한 영화적 특수 효과들을 재현해낸다. 관객들은 상부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무대 위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함께 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의 특수 효과들이 어떻게 촬영돼 보여지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마술의 비밀을 눈앞에서 훔쳐보는 듯한 효과다.

이은결은 "하나의 사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연"이라며 "'어떻게 하면 결과중심으로 보여주지 않고 관객들이 과정을 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공연이 조금 힘들 수 있어요. 관객이 판단을 내리지 않게 방해를 하거든요. 대포인 줄 알았는데 망원경이고, 망원경인 줄 알았는데 악기가 되는 식으로 텍스트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거죠. 서사를 보고자 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저는 이 공연이 지금 이 시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정보화시대에 허우적대는 자아를 발견한다고 할까요."

[서울=뉴시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2016년 두산아트센터·페스티벌 봄에서 공연된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이후 작품개발과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거쳐 발전해 온 작품이다. 약 10년 동안 '이은결'이라는 이름을 작품 앞에 붙이지 않았기에 이번은 또 다른 시도다.

그는 "그동안 제가 미디어에서 소비되던 이미지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제 이름을 걸지 않았는데,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하다"며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만족하실 것"이라고 했다.

"무방비로 오시는 게 이 작품을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예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영상미디어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관람 등급을 중학생 이상으로 요청했어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마술쇼 보러 가자'해서 왔다가 아이들이 실망할까봐서요. 하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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