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향에 내년 경제 전망치 줄줄이 하향

KDI, 경제 성장률 전망 2.1→2.0% 하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수출 불확실성 확대”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p) 하향조정했다.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치고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부근인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더딘 내수 회복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수출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판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p 낮췄다. 내수가 일부 회복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우리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지금의 전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우리나라 총수출 증가율(물량)은 올해 7.0%에서 내년 2.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장벽이 내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인상이 2026년부터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며 "저희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p) 하향조정했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p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KDI의 전망치는 국제기구 전망치보다는 다소 보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이후 이창용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내수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며 "0.3%p 하향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DI는 내수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3%에서 내년 1.8%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이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폭 확대로 민간소비 여건은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내수 리스크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건설 부진이 꼽혔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8%에서 내년 -0.7%로 마이너스 폭이 줄기는 하겠지만,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울러 건설업체 채무건전성 악화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면 건설투자의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내수부진과 관련해 '금리인하 실기론'도 언급됐다. 정규철 실장은 "금리인하가 저희 생각보다는 조금 늦어졌고,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선 "통화정책은 물가에 집중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