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선넘은 의료쇼핑 '구멍'…선의의 소비자 '피멍'
4000만명 가입 '제2 건강보험'
진료비 환급 악용 도덕적 해이
4세대 개편에도 적자 구조 여전
작년 손해율 103%…2%P 늘어
전체 손해율 고려 보험료 갱신
상승률 치솟고 보장혜택 축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 이어 이달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도 실손보험 개혁을 강조했다. 의료개혁 2차 과제로 예정된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혁에 속도를 내고 연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용(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있음에도, 진료·치료비 대부분을 돌려주는 구조 탓에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엔 필수의료 붕괴의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의사와 병원이 자율적으로 비용을 책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다 보니, 비급여 진료가 많은 안과·정형외과·피부과 등으로 인력 쏠림이 심각해졌다는 우려다.
◇세 차례 개정으로도 막지 못한 '적자 구조'
실손보험은 이미 세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4세대 실손'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판매시기와 보장구조 등에 따라 1~4세대 실손을 구분하고 있다.
문제는 수차례 대규모 개편에도 손해율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작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103.%로 전년 대비 2.1%p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3세대 실손 손해율이 137.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4세대 113.8% △1세대 110.5% △2세대 92.7% 순이다. 오히려 최근 개정된 상품에서 더 큰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 및 관리 등을 위해 들이는 비용인 사업비(10% 내외)까지 따지면 적자는 확대된다. 작년말 기준 보험사가 실손보험으로 기록한 보험손익은 1조9700억원 적자로 지난 2022년(-1조5301억원) 대비 29%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급여 항목으로 빠져나가는 보험금이 지난해 8조126억원으로 2022년(7조8587억원)보다 2% 증가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백내장 관련 대법원 판결로 감소했던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신규 비급여 항목이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전체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액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취합한 5개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추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2조8564억원이 비급여로 지급됐다. 작년 상반기(2조6341억원)보다 총금액과 전체 지급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늘었다.
◇결국 선량한 소비자 피해로
과잉의료로 인한 실손보험 피해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보험사는 세대별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과 지급보험금 등을 고려해 갱신시 보험료를 조정한다. 보험금을 한건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도 갱신때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실손보험료 누적 상승률을 60%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료뿐 아니라 환자가 받을 수 있는 보장 혜택도 축소되는 추세다. 의료비용 중 환자가 부담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비급여 자기부담률은 1세대 0%에서 개편을 거쳐 4세대 기준 최대 30%까지 확대된 상태다.
4세대 실손부터는 실손보험 비급여 중 입원의료비에서 '연간 자기부담금 한도'가 삭제되기도 했다. 3세대 실손보험까진 환자가 1년간 청구한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 상한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환자별 보험료를 차등하는 식으로 손해를 줄이고 있다.
적자구조가 지속되면서 실손보험을 공급하는 보험사도 감소하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총 17개사로 전체 보험사(생명보험 22개사, 손해보험 17개사)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가장 최근엔 지난 2021년 2월 미래에셋생명이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꺼려 하는 것이 사실”며 “비급여 과잉진료가 보험사 손해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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