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버라 스미스 “한강 노벨상,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간단 희망 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주요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6)가 “한강이 121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 상을 받는 것은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 개인의 정체성이 공로를 가리지 않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했다.
스미스는 12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
스미스는 “영어를 단지 세계의 수많은 언어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는 것은 이런 공정성의 일환”이라며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사람은 5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어서 스미스는 한강 작품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다른 여러 국가 언어로 번역된 사례를 들며 “이 모든 번역은 한국어에서 직접 해당 언어로 이뤄졌고, 영어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쁜 일”이라며 “한강의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리에게 노벨상은 이미 우리가 알던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했다.
스미스는 “노벨상은 작가의 전체 작품에 수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권 중심적인 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커상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스웨덴인이며 여러 언어를 읽을 수 있다”며 “심사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읽고 쓰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반영한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한강의 작품성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끝으로 스미스는 ‘한강의 문학적인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는 한 비평가의 최근 평가를 인용한 뒤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번역가의 노고와 실력 덕분에 한강의 문학 작품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번역가들)의 공헌이 인정받는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번역가들의 공헌이 과장 없이 정확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영역(英譯)해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스미스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 채식주의자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부터 홍보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을 영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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