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할머니·삼촌·이모까지 동원”...사립초 지원 ‘최대 3개’ 제한 뚫렸다
친인척 등 보호자로 올려 추가 가능해
교육청 “중복데이터 확인해 취소할 것”
2025학년도 서울 내 38곳 사립초 신입생 모집은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통합 전산 사이트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통합 전산 사이트를 이용해 신입생 1명당 최대 3개교까지만 지원하도록 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진학사 어플라이 사이트를 통해 지난 8일 오전 9시부터 13일 오후 4시 30분까지 원서 접수가 가능하고, 입학추첨은 38개 사립초교에서 18일 오전 10시에 동시에 이뤄진다.
그러나 통합 창구 역할을 하는 진학사 어플라이 홈페이지에서 지원을 할 때 지원자 자격에 허술함이 있어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지원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12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 A씨는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방식이라 실제로는 아이 이름과 생년월일 등만 알면 조부모나 삼촌, 이모 등 다른 친인척을 동원해 추가적인 접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발칵 뒤집혔다. 가입자가 13만6000여 명에 달하는 한 온라인 사립초 카페에서 한 학부모는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한참 고민하고 마음 정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중학교는 학생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국제중 한 곳만 지원 가능한데 사립초 입학은 그런 장치가 없다니 놀랍다”고 했다. 심지어 한 학부모는 “내 아이랑 이름이랑 생년월일까지 똑같은 아이를 병원에서 알게 됐는데, 만약 이름과 생년월일로 중복자를 거른다면 너무 화가 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애초에 교육청이 온라인 지원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학부모들 사이에 벌어지는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함이었다. 사립초등학교는 영어 교육 등의 측면에서 공립초등학교보다 낫다는 인식이 있어 입학 경쟁률이 높은 학교들이다.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특기 적성 교육이 그 이유로 꼽힌다. 영훈초와 우촌초, 매원초 등은 한국인 담임과 원어민 담임이 각 한 명씩 상주해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제2외국어 교육, 1인 1악기 활동, 골프나 빙상과 같은 체육 특화 프로그램 등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서 악기와 체육 수업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꼽는 사립초의 장점이다.
그동안 2020학년도 이전에는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대면 접수 방식으로 진행했고, 코로나19 시기인 2021~2023학년도에는 비대면 접수로 이뤄졌다. 그러나 학교 선택권을 1개교로 제한한 대면 접수의 경우 낙첨 시 아이들에게 큰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 코로나 19를 맞이해 도입된 비대면 접수 방식에서는 서울시에 위치한 38개교 사립학교에 전부 지원할 수 있는 대신 지나친 열기와 중복 합격 발생 등이 문제가 됐다. 2020학년도 2.1대 1이었던 서울 사립초의 경쟁률은 학교 수 제한이 없었던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에는 경쟁률이 각각 12.0대 1, 12.9대 1까지 치솟은 바 있다.
결국 교육청은 이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온라인 접수를 도입했고 지난해 최대 3개교 제한을 정한 이후 이 수치를 7.8대1까지 떨어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3개교 제한을 제대로 막지 못하며 실효성이 떨어지고 여전히 경쟁을 부추기게 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당초 입학 접수 대행만 한다는 입장이던 진학사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진화에 나섰다. 진학사는 12일 접수 사이트에 공지를 올려 “4개교 이상 접수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모든 접수내역을 취소하며 책임은 학부모에게 있다. 이미 4개교 이상 접수한 경우에는 13일 12시까지 지원 희망하는 3개교 외의 학교에 연락해 취소하라”는 내용을 알렸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초 신입생 원서 접수는 아동 1인당 최대 3개교까지 지원 가능하다”면서 “4개교 이상 접수한 경우에는 나머지 학교에 대해 원서 접수를 취소해야 추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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