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겨울’ 성장률 하향 조정한 KDI “내년에는 더 어렵다”

KDI, 하반기 성장률 2.2→1.7% 낮춰
정부 ‘상저하고’ 전망 완전 빗나가
내년 ‘수출 둔화’로 2.0% 성장 전망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 시 1%대로

서울 한 의류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상보다 내수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낮췄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인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했던 전망치(2.5%)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2.4%)은 물론, 최근 주요 투자은행(IB) 평균 전망치(2.3%)보다 낮다.

KDI는 특히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상반기에 2.8%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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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부진한 내수가 있다. KDI는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도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투자 전망치는 –0.4%에서 -1.8%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이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KDI는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내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20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낮췄다.

수출 증가율 전망치(7.0%)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KDI는 “자동차와 석유류가 다소 조정됐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낮췄다. 이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한은(2.1%)과 2.2%를 예상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 가운데 가장 낮다.

KDI는 “내년에는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보다 성장률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상 여건 관련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 투자가 부진하면서 내년에는 총수출이 2.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이마저도 최대 변수로 떠오른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다. KDI는 트럼프 2기의 관세장벽이 내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기반해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1기 정부의 과정을 봤을 때 시차가 있을 것”이라며 “관세인상이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내년에도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갈등 격화로 더 안 좋아진다면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장률이 1%대로 고꾸라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KDI는 내년에 내수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는 오히려 16만명에서 12만명으로 낮췄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2022년 말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이 취업자 수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 이런 하방 압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