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풍선효과 현실로…저축은행은 괜찮나

정윤성 기자 2024. 11. 12. 14: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금융권 가계대출 2.7조 폭증…저축은행도 증가폭 커
저축은행선 “서민 수요일 뿐, 풍선효과와 거리 멀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서울 한 저축은행 지점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가 2금융권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상호금융권의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비슷한 증가율을 보인 저축은행에 대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서민 위주의 대출을 내주는 저축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9월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9000억원 증가해 증가폭이 축소했지만, 2금융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7000억원 늘어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상호금융권에서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수요를 흡수하면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이 1조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새마을금고가 중도금·잔금대출, 집단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새마을금고와 농협중앙회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해 주택담보대출과 잔금대출 등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집중 지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해 최저 연 4.35%로 제시했던 6개월 변동 대출금리를 4.5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수협과 신협도 다주택자의 수도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하는 등 상호금융의 풍선효과 차단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가계대출 증가폭을 보면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이 4000억원 증가했다. 2금융권 내에선 가장 적게 늘었지만,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편이다. 저축은행업권의 자산 규모는 120억원대로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작기 때문이다.

자산 대비 증가폭을 따져보면 자산 규모가 280조로 2배 이상인 새마을금고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9월엔 가계대출이 2000억원 감소했다는 점에서 한달 새 증가폭도 눈에 띄게 뛰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저축은행권에서도 관측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찌감치 경고장을 받은 상호금융권과 달리 저축은행권의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감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저축은행은 그간 부실이 악화함에 따라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건전성 관리에 매진하고 있던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36%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상·매각 등 부실 감축 노력으로 전 분기 대비 0.44%포인트 개선한 수치다. 풍선효과로 가계대출이 급증할 경우 건전성 개선 노력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민 대상 대출이 대부분…건전성 우려도 적어

저축은행권에선 서민을 수요로 하는 대출이 대부분인 특성상 풍선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거시 경제를 안정화하는 것이 최근 가계대출 관리 기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것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전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상호금융업권의 경우 은행권 대출 수요를 흡수해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은 통상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분류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오히려 대출 길이 좁아지자 자금 애로가 발생한 서민과 취약 계층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통상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으로, 이들의 대출 수요를 충족시킨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풍선효과와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 중금리 대출 잔액은 2조4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7% 증가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위한 제도로,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업권의 금리 상한은 17.25%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번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당국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건전성 악화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건전성 개선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하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실물경제 상황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건전성 개선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유인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양상이 조금씩 다른 만큼 그에 적합한 추가 조치 수단을 업권 자체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서민·취약 계층의 급전 수요와 관련된 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가계대출을 확고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되 그 과정에서 서민·취약 계층에 과도한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