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파시스트를 키우는 한국의 야만적 교육제도, 입시를 없애면 됩니다 – 김누리 교수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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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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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하루의 평가, 1등부터 줄세우기..."수능은 야만적"
- 평가 방식 다양해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입시' 자체를 없애야
- 독일이 경쟁으로부터 멀어진 이유? "히틀러 파시즘 극복"
- 한국 교육은 파시스트 키우는 교육, 근본부터 바꿔야
- 기계가 정답 채점하는 나라는 한국뿐...죽은 지식을 넣고 있다
- 정답 대신 '네 생각이 뭐야?' 묻는 교육이 필요하다
- 각국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시절 물었더니 韓 학생들 "전쟁터"
- 경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 각자도생하는 정글
- 교육 개혁, 대학 입시, 대학 서열, 대학 등록금 3가지 없애야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 방송시간 : 11월 12일(화) 09:05-10:53 KBS1R FM 97.3MHz
■ 진행 : 이대호
■ 출연 : 김누리 교수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이대호>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2부 문을 열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뒤면 치러집니다. 11월 14일 목요일에 시행이 되죠. 대다수 수험생들이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한 결과를 어찌 보면 그 하루. 단 하루에 평가를 받게 되는 거죠. 학생 수는 줄어도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라는 정책은 메아리처럼 그냥 맴맴 도는 것 같고. 우리 교육은 이대로 괜찮을지, 같이 한번 진단해 보시죠.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의 저자이기도 한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와 함께하십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누리> 예, 안녕하세요.
◇이대호> 교수님이 독어독문학과 전공이신데 교육 전반에 관심을 가지시고 쓴소리도 하시는 거죠.
◆김누리> 전반적으로라고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지금 한국 교육이 참 문제가 많다 하는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죠.
◇이대호> 어떻게 교육 개혁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누리> 예, 저는 이제 교육학 교수는 아니고요. 저는 현대 소설을 가르치는 문학 선생인데.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좀 충격을 받았죠. 이런 교육도 가능하구나. 결국 이런 교육이 독일이라는 사회를 이렇게 성숙한 사회로 만들었구나. 그걸 보면서 지금 한국 사회가 이렇게 야만적인 사회가 되어가는 것은 그 근본 원인에 교육이 있다, 이렇게 생각한 거죠.
◇이대호> 야만적이기까지. 그렇게까지 또 표현을 해 주시는데. 일단은 현안으로 조금씩 들어가 볼게요. 이번 수능에서 약 52만 명이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2번 이상 응시하는 이른바 N수생이 30% 역대 최고치라고 하고요. 어떻게 보면 수능 한 번 잘 보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거기에 또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이게 또 현실이지 않습니까? 일단 이것 자체는 어떻게 보십니까? 단 하루 만에 12년간 공부한 걸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는.
◆김누리> 그래서 제가 야만적이라고 한 거죠. 이런 야만이 어디 있어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어느 나라에서나 보통 1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요. 우리는 한 번의 기회가 하루 보는 시험 가지고 결정되는, 이건 누가 봐도 너무나 끔찍한 야만이죠. 그것뿐만 아니고요. 52만 명이 본다고 했잖아요. 52만 명이. 1등부터 52만 등까지 줄을 세워요. 세상에 이런 시험이 어디 있어요? 근본적으로 보면 인간의 능력을 과연 그렇게 엄밀하게 측정하는 게 가능한가요? 그런 생각 자체가 야만적이라는 거예요. 또 하나 이번에 특히 N수생이 많이 늘었다 하는 이유는 뭐예요? 아시잖아요.
◇이대호> 의대.
◆김누리> 그렇죠. 왜 의대 가려고 하나요?
◇이대호> 돈과 명예?
◆김누리> 그렇죠. 돈이죠. 돈.
◇이대호> 이게 정답은 아닐 겁니다. 예, 예.
◆김누리> 대부분 돈이죠. 그건 뭐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한국에서는.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든 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가 되겠다, 이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거로 생각해요. 의사는 돈벌이 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돈을 벌려면 경영대를 가거나 공대를 가거나 벤처를 하거나 이렇게 해야죠. 돈 벌려고 의사가 된다? 이건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대부분 생각해요. 지금 몇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도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야만적인지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이대호> 그렇죠, 근데 이게 또 현실적으로 그러면 52만 명의 수험생들을 어떻게 해서든. 누구나 다 서울대 가고, 누구나 다 의대에 가려면. 그렇게 마음은 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걸 또 가려내야 하는 게 또 시험이라는 기능 아니겠습니까? 방법을 좀 찾아봐야 되겠네요.
◆김누리> 지금 수능 시험을 본다 했을 때,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이 치러지는 날에는 프랑스 전체가 바칼로레아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문제는 굉장히 많은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문제라는 거죠. 한국에서 시험을 보는데 시험 문제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나요? 잘못 나왔다, 이런 경우에나 있지. 아예 내용에는 관심 없어요. 오로지 시험이 치러지고 나면 그다음 날 문제가 되는 건 뭐예요? 변별력이에요. 변별력이 있었냐, 없었냐.
◇이대호> 너무 쉬웠냐. 어려웠냐.
◆김누리> 그렇죠. 맨 그 얘기만 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내용에 관심이 없고 수단에만 관심이 있는 거예요. 수단과 목적이 완전히 전도된, 뒤집힌. 이게 야만 아닌가요? 결국은 교육의 목적은 변별력을 만드는 게 아니죠. 아이들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죠. 거기에 관심이 없어요. 그냥 줄 세워서 어느 놈이 몇 등인가, 여기에만 관심이 있어요. 이게 야만 아니고 뭡니까?
◇이대호> 그래서 사실 내신 점수도 반영을 하고 여러 가지 전형이 많아졌잖아요. 학생부 전형도 있고 논술 시험으로 대학을 가는 방법도 있고. 여러, 체육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특기자 전형도 있고. 평가 방식이 좀 다양해지고는 있지 않나요?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누리> 그것은 좋은 거죠. 당연히 그렇게 가야 되는 것이고. 아이들의 다양성에 맞춰서 평가의 다양성도 거기에 조응해야죠. 그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될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경우는 어떤 형태의 교육 개혁도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왜 그렇겠어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 개혁의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죠. 그런데 성공한 적이 없잖아요. 왜 그럴까요? 모든 교육 개혁은 결국은 입시 개혁으로 끝납니다. 입시 방법을 바꾸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입시 방법을 또 바꾸면 어떻게 돼요? 한국사회의 기득권들은 가장 발빠르게 그 새로운 방법에 적응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처방은 하나밖에 없다. 입시를 없애는 것이다.
◇이대호> 아예요?
◆김누리> 그렇죠.
◇이대호> 그러니까 입시 방법을 바꾸면 그 달라진 입시에 또 적응을 하거나.
◆김누리> 그렇죠. 항상 기득권들이 먼저 적응하죠.
◇이대호> 그것도 이제 학원이나 사교육 방식으로 적응을 하니. 근데 입시 자체를 없앨 수가 있나요?
◆김누리> 입시를 지금 하는 나라가 별로 없어요. 유럽은 입시, 대학 입시라는 게 아예 없어요.
◇이대호> 들어가는 건 쉽고 졸업이 어려운.
◆김누리> 그렇죠, 고등학교 졸업 시험만 보는 거예요. 독일에서는 그걸 아비투어라고 하고요. 프랑스는 잘 알다시피 바칼로레아라고 하는 거죠. 그것은 90% 이상이 다 붙어요. 일종의 자격 시험이죠. 대학에서 공부할 최소한의 자격과 역량이 있는가. 이것을 보는 거죠.
◇이대호> 근데 그게 수학 능력 시험이라는 뜻이 원래 그것 아닙니까?
◆김누리> 사실은 그런 거죠.
◇이대호> 학습을 받을 그 능력이 있는가를 가리는 걸 또 시험으로 치는 거. 그러면 이러한 입시라는 개념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또 크게 와닿는 걸까요?
◆김누리> 그러니까 지금 이런 류의 입시를 우리는 미국적 입시에 많이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이런 류의 입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서조차 지금 대학 입시를 없애고 자격시험 정도로 보고. 그리고 거기 붙은 아이들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대학 서열을 없애고 그 아이들을 추첨으로 배정하자. 이런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요. 그런 주장을 누가 하고 있나요?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죠. 이분이 그 책으로 유명하죠. 지금 마이클 샌델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어요. 저도 놀랐어요. 사실은. 그렇게까지.
◇이대호> 심지어 그런 주장도 있죠. 그러니까 추첨을 통해서.
◆김누리> 대학을 배정한다.
◇이대호> 예를 들어서 수능 정말 1~2점 차이로 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건 이제 그날의 컨디션이라든지 대외적인 여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고. 운명, 그러니까 운도 많이 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차라리 추첨을 통해서 정말 운의 도움을 받아서 대학교에 들어갔다라고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이 차라리 나중에 사회에 대한 어떤 고마움도 느낄 수 있고, 어떤 또 환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생각들도 하시는 말씀이 있더라고요.
◆김누리> 그런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이대호> 그러면 외국하고 조금 더 한번 비교를 해볼게요. 우리가 이제 입시 측면에서 더 이제 무게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해외 같은 경우도 좀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근데 그때 김** 님이 이런 글을 올려주셨네요. 유럽도 고등학교 때 3대 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학부 3~4년 후에도 시험을 보고 졸업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거는 맞습니까? 그러니까 대학교 들어갈 때도 고등학교 때의 시험이 또 중요하다라는 거겠죠. 그러니까 성적이 안 좋은데 명문대에서 다 받아줄 리는 없지 않겠어요?
◆김누리> 아니, 명문대. 그 생각 자체가 다르고요. 지금 말한 명문대라는 게 없죠. 명문대가 어떤 대학이죠? 이름이 있는 대학이야 당연히 있죠. 베를린 대학, 하이델베르크 대학, 프랑크푸르트 대학. 이런 데를 명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명문대학이 아니에요. 다시 말하면 대학 서열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죠.
◇이대호> 서열 자체가.
◆김누리> 그렇죠. 물론, 물론 서열을 거기도 미국식으로 가끔씩 내기도 해요. 재미로, 재미로 내는데 거기서 나오는 소위 서열이 높은 대학이죠. 그런 대학은 기센 대학이라고 들어봤어요? 지겐 대학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이대호> 잘 모르겠습니다.
◆김누리> 그러니까요.
◇이대호>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대학을 그냥 번호로 매긴다고.
◆김누리> 번호로 하죠. 마찬가지예요. 독일의 경우도 모든 대학은 다 평준화돼 있고요. 90% 이상이 국립대학이고요. 대학 시스템 자체가 달라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우리는 대학이 사실상 시장에 건네져 있죠. 80% 이상의 대학이 사립대학이잖아요. 이렇게 고등교육 체제가 왜곡돼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어요. 사립대학 체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 한국입니다. 그 얘기는 뭐예요? 정부가, 국가가, 고등 교육에 대해서 완전히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죠. 거기서 많은 문제들이 지금 파생되고 있고요. 이런 기형성을 우리는 오랫동안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어요. 저는 기형성의 정상성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대호> 그러네요. 제가 이제 명문대라고 표현을 쓰기는 했습니다만 3***님, 독일 명문대는 우리나라 분들이 정한대요라고.
◆김누리> 맞는 말이에요. 맞는 말이에요.
◇이대호> 그러면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명문대란 어떤 의미일까요?
◆김누리> 명문대라는 게 어디에 있겠어요? 사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생각 자체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우열로 나눠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 거죠. 독일에서는, 독일에서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이러한 구호 아래서 교육 개혁을 해요. 1970년에. 그래서 1970년 이후로 학교에 등수도 없고 석차도 없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우열을 나누질 않아요. 그리고 학교 간의 경쟁도 없고요. 대학 입학시험도 없어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죠. 고등학교 졸업시험만 본다고 그랬죠. 그건 90% 이상이 붙어요. 거기에 붙으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어요. 때까지 열어놨어요. 10년 후에 가도 돼요. 30년 후에 가도 돼요. 우리 운전면허와 똑같은 거죠.
◇이대호>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일정 수준의 학력만 된다라고 하면, 학업 능력만 된다 하면.
◆김누리> 그렇죠. 그다음에는 모든 자유를 열어놓은 거죠.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원하는 때. 왜 이렇게 했겠어요? 최대한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줘야, 그 아이가 자기를 구현할 수 있고요. 그런 사회가 훨씬 더 훌륭한 사회고, 사실은 더 생산성이 높은 사회다. 이렇게 보는 거예요. 우리의 경우는 사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그걸 통해서 서열을 나누고 이런 방식으로 사실은 사회 전체로 보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구현할 기회를 많이 부여하기보다는 제한하고 좁혀놓는 것이죠. 이게 저는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다가왔다고 봐요.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죠. 최대한 우리 아이들이 원하고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그들을 끊임없이 줄 세워서 쳐내는,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는 건 잘못됐다. 그것이 지금 미국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가야 된다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대호>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사고방식으로 이제 옛날부터 어떤 성장 사다리, 계층 사다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또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자리로 가기 위해서 그렇게 올라가고 있는. 어떻게 보면 발판 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사실 명문대라는 것도 사회에 나아가서 더 나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 학교, 그리고 취업이 잘 되는 학교, 나중에 졸업을 했을 때 더 나은 직장에서 더 나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학교, 이런 인식으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은. 그것 자체가 또 어떻게 보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테고, 이게 또 우리의 이제 현실로 고착화되고 있는 건데요.
◆김누리> 그러니까요. 어느 대학을 나왔다. 이걸 가지고 말하자면 사회적인 사다리로 올라가는데 그것이 하나의 방편이 된다. 이것은 사실은 그렇게 정의로운 게 아닌 거죠.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많은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게 올바른 사회다 이렇게 보는 거고요. 지금 우리 이 선생님 보니까 제 이야기가 도저히 잘 납득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만 더 말씀드릴게요. 지금 그 부분이 조금 이해가 안 가실 거예요. 왜 경쟁을 이렇게 야만으로 볼까. 경쟁 자체를.
◇이대호> 그렇죠. 어떻게 보면 이게 개개인의 선택이 모여서 시스템이 됐을 수도 있으니까요.
◆김누리> 그렇죠. 특히 경제 전문가이신 관점에서 보면 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잖아요. 경쟁도 좋은 면이 당연히 있는데, 경쟁을 왜 야만이라고까지 했을까. 그게 이해가 잘 안 되잖아요.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독일의 특수한 역사와 관련이 있죠. 누구 때문일까요? 히틀러. 히틀러와 관련이 있는 거예요. 결국은 히틀러 파시즘을 극복해야 한다. 이게 이제 독일의 국가적 과제였고요. 그걸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히틀러는 이 세계를 어떻게 봤나요? 히틀러는 기본적으로 이 세계를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그러한 정글로 봤고요. 이 정글에서는 다윈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자연도태 이러한 것들이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본 거죠. 그래서 이걸 없애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히틀러식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가요?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게 정의고, 자연의 순리고. 강한 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니에요?
◇이대호> 자연만 놓고 보면.
◆김누리> 그렇죠. 그래서 우월한 게르만족이 저 열등한 유태족을 우리가 지배하고 학대하고 더러 학살했기로 써니 뭘 그렇게 잘못했냐, 이렇게 주장하는 거 아니었나요?
◇이대호> 그게 파시즘.
◆김누리> 그렇죠, 그게 파시즘이죠. 지금 잘 생각해 보세요. 파시즘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예요. 첫째, 경쟁, 이 3개를 무한 경쟁의 정글로 본다. 둘째, 우열. 끊임없이 우열을 나눠요. 두 사람만 모이면 우열을 나눕니다. 셋째, 이 세계의 질서는 지배 질서라는 거예요. 지배와 복종, 우월한 놈이 지배하는 게 이 세계의 질서다. 잘 생각해 보세요. 경쟁, 우열, 지배. 지금 한국 교육에서 12년 교육받으면 파시스트가 될까요?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이게 지금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예요.
◇이대호> 더 우열을 나누려고, 계층을 나누려고 하겠죠.
◆김누리> 그렇죠. 지금 우리의 경우는 이러한 우리가 아주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병들어 있는 거죠. 파시스트를 키우는 교육이라는 거예요. 이게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정상성의 병리성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교육 어딘가에 결함이 있어서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정상으로 부르는 바로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파시스트로 키운다는 거죠. 저는 그걸 바꿔야 된다는 게 제가 쓴 책의 핵심입니다. 아주 근본적인 문제 제기죠.
◇이대호> 어느 정도의 적당한 경쟁은 필요하겠지만, 그게 그 이상으로 넘어가 버려서 인간의 우열을 계속 가리게 되는. 그게 또 어떻게 보면 우리 몸속에 그냥 체득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수십 년 동안.
◆김누리> 그렇죠. 맞습니다. 체득이 된 겁니다.
◇이대호> 그런데 이제 독일의 경우에는 그 파시즘을 씻어내기 위해서 교육 제도 자체를 그렇게 형성을 좀 해 온 걸 테고요.
◆김누리> 그렇죠. 1970년부터. 벌써 50년이 넘었어요.
◇이대호> 근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또 빠른 성장을 위해서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만든 것일 수도 있을 테고요. 근데 지금은 이제는 좀 바꿔야 할 때다, 말씀을 해주시는 걸 테고요. 우리가 흔히들 이제 왜 우리나라에서는 기초 학문, 기초 과학이 약할까. 이번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는 있었습니다만, 어떤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기초과학에서는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은 없었지 않습니까? 그것도 어떻게 보면은 교육 자체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누리> 맞죠. 아주 정확한 말씀이고요. 사실 부끄러운 거죠. 지금 우리처럼 이제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 중에서 학문 분야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 이런 나라는 없어요. 지금 일본이 학문 분야 노벨상이 몇 명인가요?
◇이대호> 정말 셀 수 없이 많죠.
◆김누리> 28명입니다. 교토대학에서만 8명이에요. 한 대학에서만. 지금 사실은 저는 한국은 당분간 학문 분야 노벨상이 나오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왜 그렇겠어요? 학문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거죠. 왜 떨어질까요? 지금 수능시험 문제를 한번 보세요. 지금 주요 국가 중에서 한국 같은 이런 문제를 시험 문제라고 내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한국만 유일하게, 주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기계가 채점을 해요. 기계가.
◇이대호> OMR카드.
◆김누리> 그렇죠. 난 그걸 보고서.
◇이대호> 아, 다른 나라는 그렇게 안 합니까?
◆김누리> 그렇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어떻게 기계가 채점할 수가 있어요? 그거야말로 야만적인 평가 방식인 거죠. 기계가 채점한다는 얘기가 뭐겠어요? 정답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시험은 인간이 잘 볼까요? 컴퓨터가 잘 볼까요? 컴퓨터와 인간이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겠어요? 컴퓨터는 다 만점 맞을 거예요. 그러면 후진 컴퓨터를 기르는 게 우리 교육의 목표예요? 이건 아주 근원적인 문제예요. 어느 나라에서든 이게 뭐냐, 이렇게 묻는 그런 시험 보는 나라 없어요. 이거에 대한 너의 생각은 뭐냐? 이렇게 물어요. 너의 생각은 뭐냐. 우리는 너의 생각은 관심 없어요. 이게 지금 한국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예요. 다시 말하면 불필요한 지식들, 죽은 지식들을 머릿속에 많이 넣는 걸 좋은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런 지식은 오히려 안 가지고 있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그게 오히려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 수도 있어요.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교육인데 한국 교육을 받으면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잃게 돼요. 이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노벨상이 안 나오는 거예요.
◇이대호> 사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사유하기보다는 옳은 정답을 빠르게 찍는 방법을 배우는 게 어떻게 보면 이제 시험의 기술인 거죠. 그래서 학원가면 선생님들도 이러이러할 때는 빨리 넘어가는 게 낫고, 뭐 이런 식으로 이제 기술도.
◆김누리> 그래서 저희가 하나만 사례를 들어볼게요. 독일의 경우는 아까 아비투어라 그랬죠? 고등학교 졸업시험. 그 시험에 역사 문제가 이렇게 나와요. 이것은 요제프 괴벨스가 1933년 독일 언론인협회에서 한 연설문이다. 비판적으로 분석하라. 그러고 300분을 줘요. 300분.
◇이대호> 300분이요. 한 문제에요?
◆김누리> 네, 한 문제. 300분을 줘요. 5시간이죠. 5시간. 우리처럼 아이들에게 그 짧은 시간을 주고 그렇게 정신없이 쓰게 하는, 이건 그야말로 정신병적 시험이죠. 아이들이 어떻게 온전한 아이들이 되겠어요? 사유할 시간이 없어요.
◇이대호> 그렇죠.
◆김누리> 문제 푸는 기계죠. 아이들을 아주 정신병적 상태로 몰아가고 있어요. 저는 정말로 너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호> 근데 이제 사실 저도 많은 부분 이제 공감을 하고 많은 청취자분들도 공감을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은 이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이게 더 많이 고민이 되는 거기도 합니다. 근데 다만 이걸 우리가 바꿀 수 있을 것이냐도 이제 뒷부분에 조금 질문을 드릴게요. 하나하나 한번 따져볼게요. 결국은 그래서 정답 맞히는 기계가 잘 되려면,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결국 또 이제 사교육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고. 지금 이제 학령인구는 줄어든다고 합니다만 사교육비는 늘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거를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김누리> 이제는 이런 교육을 그만해야죠. 이것은 우리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고요. 또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요. 심지어 우리나라가 소멸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해요. 저는 이제 독문학 선생이니까 대학원 제자들이 대부분 여학생들이에요. 제가 아이들을 낳을 것이냐? 이런 요즘에 하도 출생률 문제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물어보면 아이를 낳겠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요. 정말 놀라워요. 충격적이에요. 그래서 왜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냐? 그러면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지옥 속에 내 아이를 처넣을 자신이 없어요. 학교 다닐 때 행복했던 기억이 없어요. 결국은 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 교육의 이런 끔찍한 지옥과 같은 상태, 전쟁터의 상태. 이것이 한국의 출생률 저하의 아주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걸 제가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배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이 교육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대호> 최** 님이 교수님 너무 시원시원하시네요라고 보내주셨고. 중앙대 김누리 교수님과 함께하고 있고요. 3***님은 부모가 직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게 또 현실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보육의 영역도 또 있는 거긴 한데. 그러면 결국 돌고 돌고 돌아서, 어느 정부에서나 어느 선거에서나 늘 나오는 게 공교육 강화입니다. 공교육을 강화하겠다. 수능도 EBS나 이런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늘 반복되는 거 보면 그게 또 잘 안 지켜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김누리> 그러니까요. 그것은 그런 기술적인 방식으로 개혁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아주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이것은 왜 이렇게 사교육이 심각한가, 여기에 대해서 봐야 되겠죠. 지금 우리나라는 경쟁 교육이 심하다 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심할까요? 많은 비교하는 지표들이 나와 있어요. 그걸 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경쟁교육이 가장 심해요. 가장, 그냥 적당히 심한 게 아니고요. 그래서 그중에서 우리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있죠? 우리로서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구죠. 거기서 한 연구조사가 좀 충격적이에요. 한국, 중국, 미국, 일본. 이 네 나라 대학생 천 명에게 물은 거예요. 여러분들에게 고등학교 시절은 무엇이었습니까? 함께하는 광장이었냐, 거래하는 시장이었냐, 사활을 건 전쟁이었냐, 이렇게 물었어요. 한국은 전쟁터였다라고 한 학생이 무려 81%예요. 중국과 미국도 경쟁이 심한 걸로 알고 있잖아요. 40%밖에 안 돼요. 우리의 절반도 안 돼요. 전 그걸 보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중국이 우리보다 더 심하지 않을까, 이렇게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우리가 2배 이상 심하다고 하는 건 충격이죠. 그래서 우린 지금 실제로 경쟁 교육이 너무 심하고요. 한국 교육을 집중적으로 취재한 르몽드지, 프랑스 르몽드지에서 한국 교육을 집중 취재한 적이 있어요. 몇 해 전에. 그들이 내린 결론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요. 한국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이래서요. 이런 교육을 언제까지 할 거예요? 이제는 그만해야 돼요. 우리 아이들도 존엄한 인간이고 청소년기 아동기의 행복을 경험할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그걸 경험해야, 성인이 돼서도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고요. 또 남의 행복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그러한 인간이 되는 것이죠.
◇이대호> 그렇죠. 그래서 사실 이 교육의 현실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들은 많은 분들이 하실 거예요. 5***님도 우리나라 학업,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이런 의견도 주셨고.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이 경쟁구도 좀 벗어났으면 좋겠고, 제도도 바뀌었으면 좋겠고, 생각들은 다 하거든요. 심지어 그 서태지와아이들의 교실이데아라는 노래가 나온 게 90년대 중반이었을 겁니다.
◆김누리> 맞습니다. 예.
◇이대호> 그러면서 모든 걸 지금 한번 바꿔보자라고 했는데. 그냥 그 현실 속에 더 있는 거고, 경쟁은 더 심화되는 것 같고.
◆김누리> 악화됐죠.
◇이대호> 이거를 그러면 이 현실을 왜 못 바꾼다고 보세요? 왜 바꾸질 못한다고 보세요?
◆김누리> 가장 중요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결국은 우리의 생각에 있어요. 우리 스스로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것을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러요. 이데올로기. 우리가 이데올로기라는 말 많이 하죠? 이데올로기가 뭔가요? 지배적인 관념 체계죠, 지배적인 관념 체계. 지배적인 잘못된 관념 체계. 이것을 이데올로기라고 하는데요. 한국은 경쟁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나라고요. 이 경쟁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또 공정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떠받쳐지고 있어요. 이 3개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 저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경쟁 이데올로기가 경쟁의 결과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로 정당화되고 경쟁의 과정은 공정 이데올로기로 합리화돼요. 이 3개가 얽혀있어서 한국 사회의 강고한 그러한 야만의 삼각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하는 게 제 주장입니다. 이것은 지금 방송에서 제가 설명할 수가 없어요. 복잡한 이야기라서. 그러나 간단히만 제가 조금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쟁이라는 게 어느 정도 불가피한 건 사실이죠. 그러나 경쟁만 있는 것은 사회가 아니라 정글이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죠. 조금 못난 사람도 같이 살아야죠. 승자가 독식해선 안 되죠. 모든 인간이 각자 도생하는 건 사회가 아니라 정글이죠. 능력주의, 중요하죠. 능력에 따라서 부와 권력이 분배돼야죠. 그것은 맞죠. 그러나 능력이 뭔가요? 사실상 능력은 한국 사회에선 학력이죠. 어느 대학 나왔냐, 이걸로 따집니다. 주로. 그렇죠? 그런데 어느 대학? 어느 대학? 소위 스카이 나왔다. 그 학생들이 정말 똑똑한가요? 아니면 부모가 부자인가요? 그건 지금 다 드러나고 있어요. 부모가 부자일수록 좋은 대학 간다. 이건 이미 다 나와 있는 거죠. 그럼 그게 능력 맞아요? 그다음에 공정도 마찬가지예요. 공정은 당연히 불공정이나 특권보다 중요한 가치죠. 그러나 공정은 이념이 아니에요. 그건 당연히 지켜야 될 규범이죠. 규범. 자유, 평등, 박애. 이런 게 이념이에요. 공정을 그런 데서 내세우는 거 봤어요? 공정은 불공정과 특권과 싸우는 중요한 개념적 도구이긴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어요. 이런 걸 우리가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경쟁 능력주의 공정 이데올로기에 한국인들이 완전히 포획돼서 한국 사회를 완전한 야만 사회로 만들었다. 이게 지금 제가 주장하는 것이고요. 이걸 깨기 위해서는 이 야만의 트라이앵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입니다.
◇이대호> 이게 사실 근본적인 그 말씀에는 아마 이견이 거의 없을 겁니다. 공감들은 하는데 이 현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어떻게 보면 더 괴로운 거죠. 이** 님이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불행하다는 말에 눈물이 납니다. 눈물이 흐르네요. 이렇게까지 보내주셨고요. 8***님 지난해 5학년 외손자가 딸의 일 때문에 외국으로 나갔는데, 손자가 말하기를 할머니 여기는 천국이에요. 학원도 없고 친구들도 다 착하고 따돌림 없다고 하네요. 3***님은 저는 어제 고등학교 안 다니겠다고 하는 아이를 설득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학교 가는 게 행복하지 않대요라고. 저도 학교 가면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경쟁자고 끝없이 또 경쟁을 해야 하고. 근데 이 현실 속에서 이걸 또 누구도 바꾸지는 못하고. 물론 이제 백년지대계라고는 합니다만 앞에서도 지적을 해 주신 것처럼 어떤 미시적인 제도 개선, 제도 개선, 시험 방법 개선은 늘 나옵니다만 큰 틀에서 입시제도 자체를 뜯어고칩시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일이 되어버리잖아요.
◆김누리> 입시 제도를 뜯어고쳐서는 안 되고요. 입시 제도를 없애야 된다니까요.
◇이대호> 그러면 이제 더 너무나 거대한 일이 되어버리는.
◆김누리> 아니요, 거대한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래서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교육은 지금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저는 교육이라고 봐요. 지금 한국 사회를 한번 보세요. 한국 사회에서 이런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는 소위 엘리트들의 행태를 한번 보세요. 전교 1등을 했다고 하는 자들의 행태를 한번 보세요. 의사들의 행태 한번 보세요. 판검사들이 벌이는 행태 한번 보세요. 그들이 벌이는 일들은 도저히,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에요. 어느 나라에나 부패한 엘리트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처럼 이렇게 미성숙하고 이렇게 오만한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는 없어요. 저는 단연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교육이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근원적인 병리성이죠. 그래서 저는 이것은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봐요. 무슨 입시 정책 몇 개 가지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세 가지를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첫째, 대학 입학시험을 없애라. 말씀드렸죠? 둘째, 대학 서열 체제를 없애라. 지금 대학 서열체제 가지고 있는 나라 유럽엔 없어요. 셋째, 대학 등록금을 없애라. 이 세 가지를 없애는 게 저는 교육개혁의 핵심이라고 보고요. 이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해야 된다고 제가 주장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첫째, 결국은 이러한 교육에 의해서 고통받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움직여야 돼요. 저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통받는 자가 누구예요?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입니다. 모두가 피해자예요. 이들이 저는 교육 촛불을 들어야 된다고 봐요. 100만 명이 교육 촛불을 광장에서 드는 날, 저는 한국 교육은 바뀐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될 그 사람들이 누군가요? 교사들입니다. 이 선생님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회복해야 돼요. 지금 OECD 국가 38개국 중에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이걸 대부분이 잘 몰라요. 독일의 경우는 연방의회에 교사가, 지난번에 650명이 앉아 있었는데요. 교사가 81명이었어요. 13%. 연방의회에서 법률가를 빼고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게 교사들이에요.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의도에 제로예요. 제로. 교사들은 아예 국회의원이 못 돼요,.
◇이대호> 교사분들이 정치적 발언을 해도 난리가 나죠.
◆김누리> 교사들이 정치적 발언을 어디서 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교실에서는 당연히 하면 안 되죠. 그러나 교실 밖에서, 광장에서는 당연히 하나의 시민이죠. 교사에게서만 왜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하죠? 있을 수 없는 얘기죠. 거기에 대한 생각 바꿔야 되고요. 세 번째는 저는 이제 다음번 대통령 선거 때는 교육 대통령을 뽑아야 된다고 봐요. 그 정도로 교육이 중요해졌어요. 우리가 민주화가 절실할 때 민주화 대통령을 뽑았죠. 지역감정을 없애는 게 절실할 때 지역감정을 깨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어요. 이제 우리 아이들을 살리겠다. 아이들을 살려서 나를 살리겠다, 이런 교육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교육혁명의 의지를 가진 사람을 저는 교육 대통령으로 다음번에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이대호> 그게 어떻게 보면 그때 시대정신.
◆김누리> 맞습니다.
◇이대호> 입학시험을 없애야 한다. 서열 체제도 없애야 한다, 체계. 그리고 등록금도 없애야 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공교육 강화일 수도 있겠고. 선생님들의 정치적 시민권도 회복을 해야 된다. 여러 가지 방법적인 말씀까지도 해주셨습니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요. 백년지대계의 한 30여 분 함께 했습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김누리>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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