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필요한 손흥민···선발? 교체? ‘컴백’ 손흥민의 시간이 승부처

이정호 기자 2024. 11.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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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쿠웨이트 압둘라 알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훈련장을 돌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홍 감독과 국내파 선수들은 이날 16시간의 긴 비행 끝에 중동 2연전 중 첫 경기가 열리는 쿠웨이트에 도착해 담금질에 들어갔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도 속속 쿠웨이트 현지에서 팀에 합류해 현지 적응에 들어간다. 2024.11.12 연합뉴스



지난 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경기. 손흥민(토트넘)이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에서 회복해 컴백한 경기였다. 초반에 다소 몸이 무거워 보인 손흥민은 0-1로 뒤지던 후반 4분 스타성을 증명했다. 왼쪽 측면 돌파 상황에서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다 올린 왼발 크로스가 반대편에서 쇄도한 브레넌 존슨의 오른발에 정확히 연결되며 동점골이 터졌다.

그런데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1-1이던 7분 뒤 손흥민을 빼고 히샤를리송을 투입했다. 팽팽한 승부에서 팀의 가장 확실한 ‘해결사’를 빼는 예상치 못한 교체카드였다. 손흥민도 벤치의 교체 사인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했다.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손흥민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닥였지만, 손흥민은 그대로 지나쳤다.

평소 팀의 중심 선수로 어떤 상황에서나 선발 풀타임 출전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왔던 손흥민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 손흥민이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손흥민은 1992년생이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로 영국 현지에서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토트넘이 ‘레전드’인 손흥민과 연장 계약을 머뭇거리는 주요 이유로 거론되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손흥민은 이번 시즌 햄스트링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출전 시간이 많이 줄었다. 손흥민은 지난 9월말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이후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4차전을 치르는 대표팀 일정에 합류하지 못했다. 토트넘에서도 3경기 공백이 생겼다.

손흥민은 리그 8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복귀하며 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지만 부상 부위에 통증이 재발하며 다시 소속팀 일정 2경기를 뛰지 못했다. 손흥민은 애스턴 빌라전 복귀와 함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6차전을 준비하는 홍명보 호는 엔트리에 부상에서 회복한 손흥민을 포함시켰다. 손흥민의 뜻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사실 이번에는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손흥민을 선발하지 않길 바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나는 아시아 예선 일정인데다, 앞선 경기에서도 배준호(스토크시티) 등이 손흥민의 공백을 잘 메웠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애스턴 빌라전 이후 소속팀에서 2경기를 더 뛰었다. 그렇지만 이후 일정에서는 부상 재발 방지, 컨디션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듯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56분, 다음 8일 UEL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전에서는 전반 45분만 소화했고, 지난 11일 리그 입스위치 타운과 경기에서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뒤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고심도 깊어지는 지점이다. 홍 감독은 11일(현지시간) 쿠웨이트의 압둘라 알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손흥민의 몸 상태는 대표팀에 중요하다. 건강한 손흥민을 보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헌신적으로 뛰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리고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의 공격수다. 그래서 손흥민이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상과 체력을 관리하며 활용법을 고민해야 할 벤치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홍 감독은 “절대 지금 몸 상태에서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면서 “손흥민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이 풀타임을 뛰기 어렵다고 가정하면, 손흥민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을 통해 빠른 선제골을 노리는 전략을 짜는 등 손흥민을 활용한 다양한 승부수가 예상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넓은 활동 범위와 스피드를 고려해 선발 보다 상대 선수들의 힘이 빠진 후반 교체카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11시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의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쿠웨이트전을 치른다. 19일 오후 11시에는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 경기장에서 경기한다. 홍명보 호는 월드컵 3차 예선 B조에서 4경기 연속 무패(승점 10점·3승1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번 중동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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