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40.2%, 이렇게 많았나”... 심장-뇌혈관 나빠지지 않는 생활 습관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건강검진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요한 검진 항목 중 하나가 '피 검사'다. 심장-뇌혈관병의 위험인자인 고지혈증 등 혈액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24세 이상 남성, 40세 이상 여성)은 4년마다 한다. 내 피의 상태가 궁금하면 자비로 해야 한다. 요즘은 식습관의 변화가 심해 하루가 다르게 몸이 변할 수 있다. 4년은 너무 간격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이 없는 주부, 은퇴자들은 혈액 검사를 건너뛰기 십상이다. 고지혈증이 생겨도 증상이 없어 방치할 수도 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나쁜', '좋은' 콜레스테롤의 의미는?
고지혈증은 핏속에서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 HDL 콜레스테롤까지 낮으면 이상지질혈증으로 부른다. 지질은 지방을 의미하니 핏속의 지방 상태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의학적으로는 고지혈증을 포함하는 이상지질혈증이 맞는 말이다. 다만 아직도 고지혈증이 더 대중적인 말이다. LDL 콜레스테롤을 '나쁜' 콜레스테롤로 부르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건강에 유익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하는 말이다. LDL 콜레스테롤을 저밀도 지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 LDL) 콜레스테롤,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고밀도 지단백질(High Density Lipoprotein, HDL) 콜레스테롤으로 부르면 일반인이 다가가기 어렵다.
의학용어는 동네 환자도 알 수 있게...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
일반인도 많이 쓰는 의학용어는 의사 등 전문가의 영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동네 환자도 이해하기 쉽게 고쳐나가야 한다. 정부의 질병관리청도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게'를 실천하는 의미도 있다. 정말 훌륭한 의사는 환자가 알기 쉬운 말을 쓰는 사람이다.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다. 의학지식, 수술 등 의료술기가 뛰어난 의사라도 소통 능력이 떨어지면 '좋은' 의사 대열에서 뒤처진다. 의학논문에서 나오는 용어를 동네 환자에게 그대로 말하면 안 된다.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며 환자와 진정으로 소통해야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있다.
혈액 건강이 출발점... 생명 위협하고 장애 남는 심장-뇌혈관병 막아야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의 기준은 총 콜레스테롤이 240 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60 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40 mg/dL 미만, 중성지방이 200 mg/dL 이상이다. 4개 기준 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장기간 방치하기 쉽다.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죽상경화증이 생겨 혈관이 좁아질 수 있다. 아예 막히면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고 몸의 마비 등 장애가 남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병이다.
이상지질혈증 →지방 농도 변화 → 죽상 경화 →심혈관질환, 고리 끊어야
이상지질혈증은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일까? 그렇지 않다. 20대 초반부터 동맥 혈관벽에 지방이 쌓여 죽상경화 (혈관벽에 노폐물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가 시작되고, 나이가 들면서 더 진행한다. 지질(지방)은 몸이 사용할 에너지(열량)를 공급하고 비축한다. 세포막 등 세포의 구성 성분이며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담즙산이나 호르몬의 이전 물질을 구성한다. 지단백은 지질과 단백질의 복합체로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지용성 비타민의 운반에 기여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인자로 이상지질혈증 →지방(지질) 농도 변화 → 죽상 경화 →심혈관질환 순으로 나빠진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방-탄수화물 과다 섭취, 음주,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은 식사를 통한 지방(고기 비계-내장 등) 및 탄수화물(빵, 면 등) 과다 섭취, 음주,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나이 증가 등이다. 또한 당뇨병이 있으면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은 낮아 죽상경화증이 특히 잘 생긴다. 비만이나 일부 염증 반응 시 지방 조직에서 간으로 지방산이 더 많이 공급되어 콜레스테롤 합성이 증가하면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보다 체내에서 합성되는 양이 더 많다. 식사나 운동의 영향보다 체질적, 유전적인 영향이 더 크다. 그러나 여전히 식사 조절과 운동 관리는 중요하다.
20세 이상 40.2%가 이상지질혈증... 남녀 차이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자료(2022년)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은 우리나라 20세 이상 중 40.2%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여성은 폐경기 전에는 남성보다 유병률이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남성과 비슷하다. 50대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의 총 콜레스테롤 농도가 더 높다. 이는 폐경에 의한 호르몬 변화로 추정된다.
남성의 LDL 콜레스테롤 농도는 30~50대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여성의 경우 60세까지 증가하고 그 이후에 서서히 줄어든다. 20~50대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중성지방 농도가 월등히 높지만 60대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이 약간 더 높다. 심혈관병 위험을 낮추는 HDL 콜레스테롤 농도는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그러나 20~30대에는 여성의 HDL 콜레스테롤 농도가 남성보다 10 mg/dL 가량 높지만 60대 이후에는 차이가 5 mg/dL 이내로 줄어든다.
고지혈증 예방-조절하는 생활 습관은?
고칼로리 식사를 하면 남는 칼로리를 몸속에 저장하기 위해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들어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고지방 식사, 특히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이상지질혈증이 생기기 쉽다. 고기 비계-내장 외에 가공식품도 포화지방 함량을 살피고 구입하는 게 좋다. 탄수화물 섭취도 조절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잡곡-채소-과일 등을 자주 먹는 게 좋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지만, 운동을 하면 총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과음은 중성지방을 늘리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흡연은 총 콜레스테롤, 중성 지방, LDL 콜레스테롤을 늘리고 HDL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킨다. 금연하면 H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며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줄어든다. 유전, 당뇨병, 갑상선 저하증, 간 질환, 신장 질환 등 다른 질환에 의해서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의 혈액 검사 주기, 4년에서 2년으로 간격 좁혀야
이상지질혈증의 국내 유병율이 40.2%(20세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피가 건강해야 심뇌혈관은 물론 온몸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음식 조절,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정기 검진도 실천해야 한다. 국가건강검진의 혈액 검사도 현재 4년 주기에서 2년 정도로 검사 간격을 좁혀야 한다. 건강정보의 확산으로 이제는 일반인들도 검진 데이터를 보면서 자신의 혈액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4년은 너무 길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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