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추방" 강경파 속속 지명…'무관용' 이민정책 시동[트럼프 시대]

조소영 기자 정지윤 기자 2024. 11. 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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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밀러·톰 호먼…1기 행정부 당시 이민·국경 강경 역할
한편에선 "GDP 줄어들 것"…호먼 "최악 상황부터 해결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았던 스티븐 밀러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0.2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정지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즉시 초강경 반(反)이민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2기 행정부 구상 초반인 현재, 트럼프는 이민·국경 문제를 다룰 인사들을 속속 지명했다. 모두 해당 사안에 '강경 기조'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1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수일 내 트럼프가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39)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밀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연설문 작성자이면서 강력한 국경 정책을 주도했다.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무슬림 국가 시민들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과 같은 정책들을 전개했고, 올해 선거에서도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과 같은 공약을 입안했다.

앞서 밀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불법 이민 추방자 수를 현재의 10배 이상인 연 100만 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새 정부의 국경 담당 차르(czar)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62)을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국경 차르'에 대한 명확한 직책을 밝히진 않았으나,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이른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수행하는 선봉에 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국경 통제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호먼이 차기 행정부에 합류해 미국의 모든 국경을 책임지는 '국경 차르'가 될 것"이라며 "호먼은 모든 불법 외국인들을 출신 국가로 추방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먼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2018년 당시 ICE를 이끌면서 미등록 이민자 단속에 앞장섰다. 체포된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아이들을 분리 수용하는 격리 정책을 펼 정도로 단호했다. 이러한 '무관용 정책'은 보수 진영에서의 질타까지 낳았다.

호먼은 ICE 수장으로 지명됐지만 상원 인준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행으로서만 역할을 하다가 퇴진했다.

두 사람에 대한 인선은 트럼프의 '미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초강력 이민·국경 정책에 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지난 5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 후 최우선 과제에 대해 "국경을 강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불법 이민자 추방에 있어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톰 호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이 지난 2017년 7월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호먼 전 국장 직무대행을 '국경 차르'에 내정했다. 2024.11.1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 경제뉴스 채널인 CNBC는 "호먼은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계획이 최근 국경을 넘은 이민자 외에도 서류 미비자, 임시직 근로자 또한 대상으로 한다면 건설 산업은 물론 주택·농업 부문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이 추방으로 인해 현재 역할 중인 일자리에서 모두 빠져나갈 경우, 이민자들의 역할을 대체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은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채우기 어려운 잠재적 일자리가 최대 100만 개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민협의회(AIC)는 "대량 추방은 특히 불법 이민 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산업에서 노동력 부족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이 1조 1000억 달러(약 1540조 원)에서 1조 7000억 달러(약 2380조 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이민자 대량 추방이 미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트럼프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의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호먼은 일련의 상황을 의식한 듯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용 예산을 검토한 뒤, 공공안전·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 최근 국경을 넘은 인원을 우선적으로 추방할 것이라고 했다.

호먼은 "최악의 상황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추방되는 이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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