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무역 중국 우위 현상, 트럼프 시대서 더 커질 것”…외신 전망

이정연 기자 2024. 1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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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인접한 남아메리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하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 광둥국제전략연구소 리싱 교수는 "(남아메리카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견제하고, 무역전쟁의 위험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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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기업 코스코 쉬핑(Cosco Shipping)과 페루 기업이 합작해 건설한 찬카이 항구. 36억달러(약 5조400억원)가 투입된 이 항구 개항 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고 알려졌다. 찬카이/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인접한 남아메리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하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외신은 남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이미 패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각) 세계 2위의 구리 수출국인 페루를 비롯해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됐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침식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페루와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페루는 2015년까지 최대 무역국이 미국이었지만, 이후 중국이 앞섰다. 페루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량 격차는 트럼프 집권 1기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점차 벌어져 지난해엔 163억달러(약 22조8300억원)가 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패권 경쟁을 벌이는 두 나라가 강조하는 대외 경제 정책이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미국은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일대일로는 남아메리카를 포함해 중앙·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육해상로로 연결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국외 직간접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국 이익 중시와 국내 제조업 부흥, 무역적자 축소 등을 목표로 한 미국의 우선주의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의 핵심 정책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진 우선주의 기조는 트럼프 2.0 시대에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메리카와 중국 사이 경제적 관계의 밀착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국무부 전직 관리인 에릭 판스워스는 로이터에 “중국은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했고, 빠르게 배우고 있다”며 미국이 지역 경제 정책을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 지역은 계속해서 중국의 이익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중국상공회의소 호세 탐 회장은 “중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확실한 열광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무역과 투자는 남아메리카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브라질에서도 전력, 철도 등 주요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해 왔다. 2022년까지 내리막길이던 중국의 대브라질 투자 규모는 지난해 전년보다 33% 늘어 17억3천만달러(약 2조4200억원)가 됐다. 중국은 구리와 리튬 등 자원이 풍부한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교역량도 증가 추세다.

중국의 움직임은 남아메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광둥국제전략연구소 리싱 교수는 “(남아메리카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견제하고, 무역전쟁의 위험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오는 14일부터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여기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국영기업 코스코 쉬핑(Cosco Shipping)과 페루 기업이 합작해 건설한 찬카이 항구 개항 행사에 참석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36억달러(약 5조400억원)가 투입된 찬카이 항구는 태평양을 접하는 항구로, 개항하면 남아메리카와 중국 사이 운송시간이 거의 절반으로 단축된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아메리카 국가의 아시아 시장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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