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보육원·요양원서 자행된 집단학대에 사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뉴질랜드 총리가 수십 년 동안 보호 시설에서 수십만명의 아동과 노인 등이 학대받은 사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
12일(현지시간) 라디오 뉴질랜드(RNZ)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오늘은 뉴질랜드에 있어 뜻깊고 슬픈 날"이라며 "오늘 저는 정부를 대표해 보호 시설에서 학대, 피해, 방치를 당한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럭슨 총리는 "학대를 신고했을 때 믿어주지 않아 죄송하다. 직원과 자원봉사자, 간병인 등 많은 방관자가 학대를 눈감고 신고하지 않은 것도 유감"이라며 "여러분 중 일부는 너무 오랫동안 많은 상처를 입어 사과가 의미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늘 이 사과로 여러분 중 일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럭슨 총리의 이번 사과는 지난 7월 뉴질랜드 정부의 보호시설 학대 조사 보고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간 뉴질랜드 내 여러 보호 시설과 병원 등에서 아동과 노인 등이 집단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이어졌고, 뉴질랜드 왕립 아동학대 조사위원회는 2018년부터 대규모 조사에 들어갔다.
약 7년간 이어진 조사 결과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주 정부, 위탁가정,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원과 요양원, 정신병원 등 보호 시설을 거친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약 65만명 중 약 20만명이 신체적, 정신적 학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70년대에는 성폭행이나 강제 불임 수술, 치료를 빙자한 전기 충격 처벌 등의 범죄가 암암리에 벌어졌으며, 피해자 중에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조사 후 뉴질랜드 정부와 가톨릭 및 성공회 교회 수장인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 등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138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 권고에 따라 럭슨 총리가 이날 사과했고, 뉴질랜드 정부는 보호 시설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보호 시설에 있는 가해자로 판명된 사람들의 기념비를 철거하고, 무연고 무덤을 기리기 위한 작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학대 피해자에 대한 재정적 배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학대 생존자는 구체적인 배상이 마련돼야 하는 입장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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