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북미 사업 90% '스톱'…'5개년 전략' 차질 빚나
사업 전략 재검토…매출 감소 불가피 전망
누적 적자에 재무구조 악화…수익성 제고
휠라가 대대적인 북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그룹 수익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던 자회사 휠라USA의 재고 부담은 덜어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휠라의 브랜드 인지도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휠라홀딩스는 북미 영업정지를 통해 북미 사업 운영 전략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의 ‘위닝 투게더’ 목표 실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략 개편에 따른 단기적 매출 감소가 예상돼서다.잘나가던 북미서 고전
휠라홀딩스가 북미 사업 일부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규모로는 2619억원이다. 작년 기준 휠라홀딩스 전체 매출(4조6억원)의 6.5% 수준이다. 하지만 휠라USA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년 휠라USA의 매출액이 287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중은 91%에 달한다. 전체 북미 사업의 약 10% 정도만 운영을 지속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휠라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북미에서 수년간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의류 소비가 둔화됐고 동종업계 간 경쟁 심화로 제품 판매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된 휠라USA의 순손실은 2779억원에 달한다.
누적된 적자로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휠라USA의 부채비율은 2022년 145%에서 지난해 270%로 증가했다. 부채총계는 2688억원에서 2211억원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1846억원이던 자기 자본이 1년 새 818억원으로 훨씬 더 많이 줄어든 탓이다.
문제는 올해도 자본 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휠라USA 자기 자본은 올해 초만 해도 1000억원대였던 반면 상반기 들어서는 839억원으로 다시 줄어든 상태다.
매출 공백은 어쩌나
이에 따라 휠라가 그룹 수익성 제고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영업정지'다. 중장기적으로 고정비 절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하기 위해서다. 다만 윤 대표가 당초 설정한 위닝 투게더 목표 달성은 불확실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휠라의 글로벌 5개년 전략인 위닝 투게더는 오는 2026년 연결기준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률 15~16% 달성이 주요 골자다.
영업이익의 경우 휠라USA 영업정지로 적자 폭이 줄어 목표치를 달성하기엔 수월해졌다. 하지만 단기적인 매출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휠라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치상으로 올해부터 3년간 매년 978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야 한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5개년 전략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휠라의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 북미 사업 전략을 재검토, 재편하는 과정”이라며 “북미에서의 사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고려했을 때 휠라 운영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베테랑 영입에도 역부족
일각에선 휠라가 지난해 1월 영입한 토드 클라인 휠라USA 대표이사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드 클라인 대표는 아디다스와 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웨어 산업에 30년간 몸 담아온 전문가다. 패션업계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휠라는 토드 클라인 대표의 합류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아디다스에서 부사장직까지 올랐던 스포츠 브랜드 전문가인 만큼 북미 지역에서 휠라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표도 당시 “예리한 통찰력과 혁신성은 물론 포용력과 리더십까지 갖춘 토드 클라인을 북미지역을 총괄하는 휠라USA 신임 대표로 맞게 됐다”면서 “그룹 5개년 전략에 따라 휠라US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믿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휠라USA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면서 토드 클라인 영입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번 영업정지 조치가 사실상 윤 대표의 토드 클라인 대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휠라는 향후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 더욱 견고하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 북미 사업의 범위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을 뿐 현재까지 별다른 전략을 내세운 건 없다. 휠라 관계자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내년 실적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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