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 12년째 못 벗어난 ‘의지’ 감옥‥결국 빚덩이로 불어났다 [이슈와치]

이해정 2024. 11. 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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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류화영, 효민, 큐리, 함은정, 지연 / 개인 소셜미디어

[뉴스엔 이해정 기자]

제때 갚지 못한 채무처럼 마음의 빚도 세월의 이자를 먹고 걷잡을 수 없이 부푸는 모양이다.

그룹 티아라가 데뷔 15주년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12년 전 '왕따 사건' 이후, 같은 이유로 인한 두 번째 위기다.

시작은 티아라를 제작한 김광수 대표의 입이었다. 지난 11월 9일 방송된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3'에 출연한 김광수 대표는 자신의 최대 위기를 '티아라 왕따 사건'이라 꼽으면서 사건의 전말을 개인의 주장에 입각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시 화영이라는 친구가 음악 프로 하다 다리를 접질렸다. 그다음에 일본 가서 공연을 하는데 목발을 하고 온 거다. 그때는 의사 선생님은 인대가 조금 놀란 거고 부러진 건 아니라고 그랬다. 일단 빼고 공연을 하기로 했고. 이 친구들은 그 친구를 뺀 동선을 밤새 다시 연습을 한 거다. 그런데 가보니 화영이라는 친구가 노래를 하고 있더라. 기특해서 칭찬을 해줬다. 그때 다른 멤버들은 '너무 힘들었다'면서 화영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한 번 듣고 싶었던 거다. 화영이 부모님도 있던 자리라 한국에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대화 내용이 다 공개되고 불화가 터진 거다. 나도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라고 말했다.

화가 난 김 대표가 화영과 그의 언니 효영을 불러 "조건 없이 풀어줄 테니 나가서 너희 일을 하라"며 계약서를 찢었고, 그의 감정적 대응으로 오히려 왕따설에 힘이 실리면서 티아라는 극심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티아라 멤버 부모님들이 모든 대화 내용을 공개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대표는 화영, 효영의 삶도 걱정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 다음 날인 10일 류화영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왕따 당했던 내용은 사실입니다. 티아라 시절 제가 왕따를 당하지 않았는데 당했다는, 일명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티아라 새 멤버로서 기존 멤버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강박을 가지고 멤버와 융합되길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티아라 멤버들이 저에게 폭행과 더불어 수많은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제가 버틴 이유는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반박했다. 계약 해지 당시 따돌림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았지만 김 대표가 기자회견 없이 함구하면 같은 소속사에 있던 친언니 효영도 계약 해지를 해준다고 제안해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따돌림 사건의 발단은 '의지' 릴레이 언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아라 멤버들은 지난 2012년 7월, 류화영이 발목 부상으로 일본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시기 류화영을 저격하는 듯 소셜미디어에 "의지의 차이 우리 모두 의지를 갖고 파이팅"(효민), "의지의 차이 개념 있게 항상 겸손하기 연기 천재 박수를 드려요"(지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 에휴 안타깝다. 자신의 옆 사람들을 돌볼 줄 알아야지"(함은정), "의지 예의 배려의 차이 오늘도 우리 힘내자고"(소연), "박수를 짝짝짝"(보람) 등 '의지'를 언급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같은 시기 류화영은 "때로는 의지만으로도 무리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의미가 담긴 하늘의 뜻이라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

이를 두고 화영이 멤버들 사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왕따설'이 불거졌고, 당시 김광수 대표가 수장으로 있던 코어콘텐츠미디어가 화영, 친언니 효영을 조건 없이 계약 해지해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후 화영, 효영 자매가 한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경을 발표하자 티아라 전 스태프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티아라 사태의 진실'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화영, 효영 자매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효영이 티아라 전 멤버이자 막내였던 아름에게 "'뮤뱅' 가서 먼지 나게 맞자 기다려" 등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국면이 180도 전환되며 화영, 효영은 '피해자 코스프레'한 가해자가, 티아라 멤버들은 가해자로 몰린 억울한 피해자로 역전돼 7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12년째 공방은 진행 중이다. 서로 억울하고 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때로 "여자들 사이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식의 매듭짓기 시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다만 티아라를 거쳐간 멤버들이 각자 자기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분명히 '왕따 사건'에서도 점차 멀어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티아라 멤버들이라고 12년 전 어리숙한 모습 그대로일까. 미안하다고 반성한 순간도, 스스로 다그치고 반성한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대중도, 티아라도 극적 화해까진 아니더라도 조용한 망각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는데. 지금 와서 또 누굴 탓하나.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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