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의 서막: 네카오 웹툰 '日장춘몽' [IT+]
네카오 웹툰 사업 경고등 켜져
네이버웹툰 실적 곤두박질
카카오 웹툰 사업 정리 중
웹툰 시장 성장세 한풀 꺾여
네카오 일본서 ‘선택과 집중’
IP 영상화, 콘텐츠 독점 공개 등
일본 공략 출혈경쟁 될 수도
네카오 웹툰 살아날 수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분기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실적을 받아들었다. 카카오 역시 웹툰 사업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3분기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침체의 늪'에 동시에 빠진 두 기업은 공교롭게도 일본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카오는 뜻을 이룰 수 있을까.
#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가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고작 0.1% 늘어난 매출(3억2100만 달러)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손실 문제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5배(2023년 2분기 -546만 달러→2024년 2분기 -7909만 달러)나 늘었다.
곤두박질친 실적은 곧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실적 발표 전 20.63달러였던 웹툰엔터의 주가는 다음날 12.75달러로 38.2%나 빠졌다. 지난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후 20달러대를 유지하던 웹툰엔터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셈이다.
# 카카오의 웹툰 사업도 신통치 않다. 증권가는 올 3분기 카카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부진한 콘텐츠 사업'에서 찾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국가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인지 카카오는 세계 곳곳에 펼쳐놓은 '웹툰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카카오의 웹툰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사업을 정리하고 2025년 중엔 대만 사업도 접겠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카카오픽코마의 유럽 웹툰 법인인 '픽코마 유럽(프랑스 소재)'을 3년 만에 정리한 게 일회성은 아니란 얘기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들어 웹툰 사업들을 철수하기 시작한 건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결정"이라 설명했다.
■ 행간❶ 수출 효자 아니었나요? = 이런 상황은 '웹툰'을 새로운 수출 효자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낯선 소식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웹툰 콘텐츠는 해외시장에서 펄펄 날았다. 네이버웹툰의 해외 유료 콘텐츠 매출은 2019~2022년 연평균 122.0% 성장했다.
같은 시기 K-웹툰 산업도 빠르게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온라인 만화 제작·유통업' 매출액은 2020년 5880억원에서 2021년 1조830억원, 2022년 1조4590억원으로 늘어났다.
웹툰 플랫폼 사업이라 볼 수 있는 '인터넷·모바일 만화 콘텐츠 제작 및 제공업'도 2020~2022년 연평균 122.9% 성장했다. 역설적이지만, 웹툰의 성장엔 '팬데믹'도 한몫했다. 외부활동이 통제된 상황에서 웹툰을 보는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웹툰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선 나쁜 변수들이 쌓이고 있었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고만고만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특정 장르가 인기를 끌면 숱한 아류작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럴수록 상업성, 선정성 논란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정적인 분기점은 2022년 '엔데믹(endemic·풍토병 전환) 시대'가 열린 거였다. 외부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웹툰에 염증을 느끼던 이들이 속속 이탈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웹툰을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2년 69.0%에서 2023년 62.8%로 6.2%포인트 하락했다.
웹툰에 쓰는 금액도 줄었다. 2022년만 해도 '5000~1만원 미만' 결제자가 가장 많았지만(25.3%), 2023년엔 '1000~3000원 미만(23.0%)'의 결제 비중이 1위였다. 웹툰을 이용하는 금액대가 5000~1만원에서 1000~ 3000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 행간❷ 네카오 어쩔 건데요? =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웹툰 사업의 실적이 꺾인 덴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죽어가는 웹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다. 일단 네카오는 일본에서 비상구를 찾고 있다. 전세계 만화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건데, 현재로선 앞서 있는 쪽도 밀려난 쪽도 없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본 웹툰 앱 1위 자리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플랫폼 '라인망가'가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서 '비게임 앱 매출 1위'를 차지한 게 신호탄이었다. 두달 후인 7월 카카오픽코마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1위를 탈환했지만, 8월과 9월엔 라인망가가 다시 왕좌에 올랐다. 1위 싸움이 치열해서인지 두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라인망가는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를 무기로 꺼내들었다. 7월에 공개한 '신의 탑' '이두나!' 애니메이션 판, 15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내년 3월 영화로 선보이는 '여신강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픽코마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1일엔 세계적으로 140억 뷰 이상 기록한 인기 IP '나 혼자만 레벨업: 라그나로크'를 일본에 독점 공개했다. 올해 초엔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 행간❸ 그래서 될 것 같나요? = 문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다. 현시점에선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 공략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네이버든 카카오든 수익성 회복은커녕 적자만 쌓이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재 웹툰 산업의 외형 성장 속도가 상당히 둔화해 마케팅 비용 통제나 비용 효율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글로벌 사업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은 일본을 발판으로 성장대로에 다시 올라탈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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